궁지에 몰린 전생 영주의 개혁 – 가면 백작과 대립 소동 -17화 [노력의 결과]

수인과의 결혼을 인정한다고 적힌 국왕의 서명이 담긴 편지에서 고개를 들고 소라는 일어섰다.

같은 것이 왕태자와 벨츠에 후작, 트라이넨 백작 부자, 시돌바 백작, 브라이언 남작 같은 남부 귀족 외에 소금이 잡혀 있는 지스트라 후작을 비롯한 교회파 귀족, 메로브인 백작 등 마법사파 귀족에게서 보내져 왔다. 메로브인 백작들 마법사파 귀족들은 빠짐없이 트레이싱 페이퍼의 수출을 희망한다는 말이 나열되어 있었다.

「약이 너무 효과가 좋았나? 뭐, 이걸로 표면적으론 수인을 차별할 수 없겠지」

소라는 트레이싱 페이퍼의 판매를 수인에게 일임하는 방향으로 진행시키고 있었다.

트레이싱 페이퍼의 대체품이 발명되지 않는 한 마법사파 귀족들은 마법 연구에 심취한 사람일수록 수인을 차별할 수 없다.

귀족이 수인을 차별하면 그 영지에 수인 판매인이 발길을 옮기지 않게 된다.

수인이 트레이싱 페이퍼를 가지고 오지 않는 영지에는 마법사가 탈출하여 영지의 마법 전력이 깎이게 된다.

왕국의 일대 분파에 트레이싱 페이퍼라는 목줄은 단 소라의 존재는 왕태자가 우려했던 동부 귀족과 신 지유즈국과의 전쟁도 회피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 후에 왕가에 트레이싱 페이퍼의 제조법을 가르쳐 버린다면 왕태자가 국정에서 영향력을 되찾을 것이다.

소라 자신은 염원대로 왕도의 파벌 싸움에서 한 발 물러나 오르스크 군도의 개발 계획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첩보 활동은 있어도 신 지유즈국에 전쟁을 걸 일은 없을 테니, 일단락이구나」

창 밖에서 부는 가을 바람에 물든 나뭇잎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소라는 외투로 손을 뻗었다.

검은 외투를 걸치고 새로운 가면을 앞두고 팔짱을 낀다.

「내가 봐도 반할 성과군」

집무 틈틈이 조각도로 소라 스스로 깎아 낸 일품이었다. 실패한 가면은 무조건 갈아 오가라이트가 되고 있다.

소라가 자잘하게 조각도를 휘두르고 있을 때, 왕가에서는 머리를 싸매고 메로브인 백작이 꿈 속에서까지 트레이핑 페이퍼를 찾고 있었지만, 소라에게는 매우 사소한 것이다.

새로운 가면을 쓴 소라는 그대로 집무실을 나왔다.

막 문을 노크하려고 했던지 라젯트가 열린 문으로 소라를 보고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

「나머지 일은 내일로 미루어 둘게요.」

「생각이 잘 맞네. 급한 일을 끝내면 라젯트도 오늘은 쉬어. 제즈들과 함께 가족끼리 보내면 좋겠네」

「감사합니다」

라젯트가 인사하고 소라의 집무 책상에 서류를 두고 돌아온다.

라젯트가 집무실을 나온 후, 소라는 문에 자물쇠를 채웠다. 오늘은 이제 일이 없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큰 나무관을 복도를 걸어 현관을 뚫고 소라는 밖으로 나온다.

큰 나무관에 병설함 화염대의 숙소에 들어선 소라는 입구에 있던 화염대 병사에게 말을 걸었다.

「크로스포트에서 쇼핑할 테니, 호위를 부탁해」

「알겠슴다. 고쥬씨가 안에 있으니, 불러오겠슴다」

화염대 병사가 곧바로 숙소 안으로 뛰어간다. 건물의 바깥을 도는 것보다 안으로 달려 뒷문으로 나가는 것이 빠르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잠시 뒤 이마에 땀을 흘리던 고쥬가 찾아온다.

「훈련 중이었나?」

「예, 매일 빼놓을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소라님이 그 가면을 쓰고 있는 이상, 동행하지 않을 수 없지요」

씨익 웃고 고쥬는 화염대 병사가 가져온 수건으로 땀을 닦는다.

가을 바람에 몸을 식힌 고쥬를 데리고 소라는 큰 나무관을 나왔다.

크로스포트로 이어지는 긴 비탈길을 내려가자 길 끝에서 콜이 올라오고 있다.

재빨리 콜을 발견한 고쥬가 조롱하는 말을 걸었다.

「콜님, 데이트하고 돌아오시는 길입니까?」

「네, 네에 뭐…생선을 손질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데이트라면 그렇습니다만…」

콜이 뭐라고도 말할 수 없는 얼굴로 데이트 내용을 보고한다.

서투른 짓을 했느냐고 고쥬가 볼을 긁었다.

소라는 가면 아래에서 흐려진 웃음소리를 냈다.

「콜의 기술을 제대로 훔쳐두지 않으면 자신감을 가지고 수제 요리를 만들어 줄 수 없으니까」

소라의 말을 듣고 콜이 깜짝 놀란 것처럼 고개를 든다.

「그런 거였던 겁니까? 그거」

「말하는 걸 잊고 있었지만, 그 아가씨가 시가테라독이 들어 있는 건어물을 먹은 이유가 콜이 가게에 왔을 때 드문 남방 요리를 먹여주고 칭찬받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소라는 스쳐 지나가며 콜의 어깨를 두드리고 힘내라, 라고 응원한다.

이제 와서 밝혀진 사실에 아연해진 콜을 두고 소라는 고쥬와 함께 크로스포트로 내려왔다.

대로를 가는 소라를 발견하고 고개를 숙이는 부모의 등에 숨어 몰래 숨어서 지켜보는 아이에게 손을 흔든다.

수줍은 듯 다시 숨는 아이를 깨달은 부모가 당황하고 있지만, 소라는 일부러 유쾌하게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나 꽃집에 들어섰다.

축제에 대비하여 꽃에 관심이 많은 남자가 많은 크로스포트답게 훌륭한 점포의 규모의 꽃가게 앞에는 벨츠에 후작령과 브라이언 남작령에서 수입된 꽃들이 줄지어 있다.

가게 주인이 나와 소라에게 인사한다.

「잘 오셨습니다. 오늘은 뭘 원하십니까?」

점주의 목소리는 긴장으로 떨리고 있다. 영주가 직접 온 것에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전에 연락하면 좋았다고 소라는 생각한다. 하지만 편지를 보고 안절부절 못하게 된 것이다.

「글라디올러스 분홍색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너무 향이 강하지 않은 걸로 글라디올러스를 메인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좋겠는데」

「글라디올러스를 중아에 말입니까? 세로로 꽃이 이어진 종류의 꽃이라서 중앙에 두면 묻혀 버립니다만」

「그것도 그렇네」

턱에 손을 얹고 생각하던 소라에게 주인이 장미꽃을 가리킨다.

「장미 같은 다른 종류의 꽃으로 만들어 드릴까요?」

「아니, 글라디올러스가 좋아. 이 시기라면 다른 노력의 꽃말에 해당하는 꽃이 없어서 말이야」

「꽃말이 뭔가요?」

「혼잣말이야. 신경 쓰지 마」

꽃말의 문화가 없는 이 세계에서는 설명해도 이해받지 못한다.

소라는 문득 떠올려 입을 연다.

「화관을 만들 수 있을까?」

당황한 듯한 얼굴을 한 점주가 소라의 전신을 바라본다. 검은 외투에 가면을 쓴 모습은 아무래도 화관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아니라 사니아에게 주는 거야」

「사니아씨─ 지금 당장, 솜씨를 발휘해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갑자기 분발한 점주가 글라디올러스의 꽃꽃이용 가지는 물론 화분의 꽃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의욕을 보이는 것은 고맙지만 소라는 먼저 와 있던 손님을 가리키며 주인을 말린다.

「순번을 깰 생각은 없어. 그런 형태로 꾸며도 사니아는 기뻐하지 않아. 나는 천천히 기다릴 테니」

「그, 그것도 그렇군요」

듣고 처음 깨달은 듯, 점주가 당황해서 주문을 물으려던 손님이 카운터에 방치된 글라디올러스 하나를 손에 쥔다.

「이건 아직 봉오리가 붙어 있으니 잘 배치하지 않으면 안 되겠…왜 그래?」

손님이 점주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소라님이 드디어 사니아씨에게 고백하는 거잖냐? 멍하니 있지 말라고! 나도 도울 테니까」

빨리빨리 일하라는 손님에게 등을 떠밀려 주인이 뭘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이야기를 듣고 옆집의 가게 주인과 손님이 구경하기 위해 나타난다.

구경꾼들에게 몇 번이나 단점을 지적받으며 화관을 만드는 점주에게 동정하고 있는 사이, 분홍빛 글라디올러스로 만든 화관이 완성되었다.

「부, 부디. 대금은 괜찮습니다」

지불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소라가 지갑을 꺼내기 전에 점주가 고개를 숙였다.

「힘내세요!」

점주의 응원을 시작으로 지적하던 구경꾼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소라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에서는 지불을 할 수도 없다. 섣불리 지불하면 점주의 체면이 상한다.

고민하는 소라에게 고쥬가 귀띔한다.

「축제 때라든지, 화염대 전원이서 사러 오자고 할까요?」

「부탁이야」

이야기가 정리되어 소라는 응원을 받으며 큰 나무관으로 돌아가는 길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크로스포트에서 나와 비탈길을 올라 걷고 있으니 라젯트와 로제, 왠지 샤론까지 동반한 제즈가 내려왔다.

제즈가 소라를 발견하고 씨익 웃는다.

「신경 써서 큰 나무관을 조용히 해뒀다구」

제즈가 손을 올린다.

소라는 제즈의 손에 하이 파이브를 했다.

「고마워」

소라와 제즈의 대화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로제와 샤론이었지만 소라의 새로운 가면을 깨닫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제가 자신의 오른쪽 뺨을 가리킨다.

「소라님, 가면 여기, 뭔가 묻어 있어?요」

「묻어 있는 게 아니야. 붙인 거야」

소라의 가면의 오른쪽 뺨에는 나전(螺鈿)이 되어 있었다. 카제인을 이용하여 접착하여 정성스럽게 장식된 나전 세공은 모자이크 무늬로 너구리와 곰이 그려져 있었다.

샤론이 가만히 소라의 가면을 응시한 뒤, 로제를 힐끗 본다.

「저런 거 가지고 싶어?」

로제가 샤론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한다.

「예쁘니까 좋다고 생각하지만, 가면은 필요 없어」

샤론이 소라를 가만히 응시하며 뜻을 결정한 것처럼 입을 연다.

「그 붙어 있는 반짝반짝거리는 거, 어떻게 하는 거야?」

「흥미가 있다면 나중에 가르쳐 줄게」

「…조만간 배워 줄게」

건방진 태도로 흥 하고 코웃음치고 외면하는 샤론을 보고 소라는 확신한다. 오늘 밤에라도 샤론이 소라의 방에 나전 세공을 가르쳐 달라고 떼쓰러 온다고.

이래저래 로제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라도 신경 쓰고 있을 것이다.

킥하고 웃고 소라는 제즈들과 헤어져 큰 나무관으로 돌아왔다.

「함께 가는 멋없는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는 고쥬와도 헤어지고 소라는 마법 실험실로 향한다.

마법 실험실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확인하고 소라는 문을 두드렸다.

「…부디」

안에서 들린 사니아의 목소리에 소라는 문을 열었다.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던 듯한 사니아가 고개를 들고 소라를 보고 고개를 갸웃한다.

「그 가면, 처음 보네」

「그저께 완성된 직후야. 이 날을 위해 준비했어」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나?」

사니아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소라가 든 글라디올러스 화관을 깨닫는다.

「그 화관을 마법으로 어떻게 하는 거야? 아, 잠깐만, 잉크 준비 할게」

「기다려, 일에서 떨어져」

모처럼 꽃까지 준비했는데 분위기가 엉망이 될 것 같은 기색을 살피고 소라는 즉각 사니아를 멈췄다.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은 사니아가 고개를 갸웃한다.

「일이 아니라면 왜 왔어?」

잘 물어주셨습니다, 라고 생각하면서 소라는 사니아의 옆에 놓여져 있는 손님용 의자에 앉는다.

「이 가면의 재료에는 어떤 조개 껍질이 사용되고 있어」

소라는 가면의 오른쪽 뺨, 나저이 새겨진 부분을 가리키고 설명한다.

「대강 십사 년 전, 사니아에게서 받은 조개 껍질이야」

소라의 말로 사니아는 떠올렸던 것 같다.

「소라님이 낙담했을 때 선물했던 거?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

사니아에게 있어서는 어린이다운 걱정의 선물이었다. 본인조차 말할 때까지 준 것조차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소라에게는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 무렵엔 미온에게 배신당하거나, 복권이 팔리기 시작하고, 마을이 장작 부족이 되기도 하고 말이야. 고민 했었어」

우드도라가 획책한 복권을 교회에 팔기 위한 의도적인 장작 부족은 마을 전체를 혼란에 빠뜨렸다.

부랑아로 혼란의 여파를 제대로 받은 사니아도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소라는 창 밖을 살폈다.

「복권 하나로 그 소동이었지. 내가 시작한 것과 시작하려고 했던 걸로 여러 사람이 불행하게 됐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나을 정도로 말이야」

「─ 그건 아니야」

사니아가 고개를 들어 단호히 단언했다.

소라는 미소를 지으며 가면을 벗는다.

「라젯트에게도 혼났어.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하라고. 한두 번의 실패에 포기하는 어린애처럼 낙담하지 말라고」

소라는 가면의 오른쪽 뺨, 나전 세공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그 뒤에 사니아에게서 받은 게 이 조개 껍질이었어」

소라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당시를 그리워한다.

「놀랐어. 부랑아라고 하면 내 실책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 덧붙여서 나는 클라인셀트가의 후계자로 신용도 없었지. 왜 나 따위가 낙담하는데 선물을 주는지 말이야」

「그건 소라님이 오가라이트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마을의 모두를 위해서 열심히 해줘서 응원하려고 생각해서…」

사니아가 소라의 말에 대답한다.

그래, 응원했다. 힘내라는 응원을 물질이라는 형태로 받은 것이다. 그것이 쉽게 구할 수 있고 아이 다운 조개 껍질이 담긴 바구니라도 소라에게는 매우 빛나 보였다.

「노력했어. 구 클라인셀트 백작령, 현 소라 백작령은 완전히 재건됐어. 일부 분야에서는 타령을 능가하는 것도 있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ㅡㅡ 노력해도 좋다고 생각했던 건 사니아의 선물이 있었기 때문이야」

소라는 글라디올러스 화관을 사니아에게 내민다.

「사니아도 편견에 굴하지 않고 마법사까지 되서 내 버팀목이 되어 줬어. 고마워」

소라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고 이어 말했다.

「─ 결혼해 줘」

조금 차가운 가을 바람이 소라 백작령에 분다.

그 해 겨울, 구 클라인셀트 자작령뿐만 아니라 전(全)소라 백작령에 대한 부흥 완료 선언과 발전에 대한 선서가 열렸다.

동시에 왕국 최초의 귀족과 수인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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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전생영주의 개혁 完

드디어 약 1년간 번역했던 궁지에 몰린 전생영주의 개혁 완결까지 번역 완료했습니다.

같은 작품 번역하는 모 블로그의 경우 작년 말에 완결 찍으셨지만, 천천히 번역하다보니 이제 완결 찍었네요.

소라와 사니아가 결혼했으면, 류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제 추측으론 계승권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사니아와 결혼했으므로, 류류와도 결혼해서 류류와의 아이에게 계승권을 줄 것 같네요.

이 이후의 이야기를 에필로그로 몇 편 해줬으면 좋겠지만, 작가님이 다른 작품 쓰시네요.

그동안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바시소-

출처 : http://ncode.syosetu.com/n5966bh/243/

Tosis

Manovel 관리자 Tosis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