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토벌 후, 눈에 띄고 싶지 않아 길드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5화. 광검의 용사와 새로운 의뢰

 ’은빛 물병’은 밤이 되면 주점으로서 제법 번성한다. 물론 자리가 적기에 일정 인원이 차면 가게 입구의 기척이 희박해져 방문객이 줄어드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줄이 생기는 건 좋지 않다. 인기가 너무 많으면 눈에 띄고 만다. 어디까지나 길드원끼리의 교류나 의뢰인의 접객을 위핸 주점으로서 기능시켜 놓을 뿐으로 요식업으로 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밤 영업이 시작된 후에도 미라루카와 왕녀, 그리고 아이린은 평범하게 가게에 남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눈에 띄지 않는 자리로 이동시켰다. 이런 일도 있을까 싶어 두 자리 정도 방을 마련해둔 것이다. 커텐으로 안이 보이지 않게 하고 있지만 카운터에서 가깝기에 가끔 대화의 일부가 들려 오고는 한다.

 “미라루카, 요즘 학교에서는 어때? 또 거창한 실험을 한다면서?”
 “마법으로 다양한 재질의 건물을 파괴해서 공성전의 효율적인 파괴를 연구하고 있어. 하지만 실행할 수 있는 마법사가 나 밖에 없으니 좀 더 범용성 있는 실험을 해야겠지.”
 “마왕을 토벌한 이후로도 ‘아웃사이더’라 불리는 마물들은 남아서 요새를 만들고 있어요. 미라루카는 근처 사람들이 곤란해 하면 그 요새를 공격해서……”
 “오크나 오거, 트롤 계열은 번식력이 강해서 내버려 두면 좋은 꼴을 못 봐. 사실은 길드가 해야 할 일이겠지만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부탁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야.”

 미라루카도 용사 답게 사람을 돕고 있구나. 그런 감탄을 해본다. 지금 이야기를 들어서야 파괴 실험이 주된 목적인 것 같지만.

 “우리 나라의 마물은 더 이상 날뛰지 않건만 아직도 마물 피해가 나오는 건가……”
 “꽤나 많이 줄었지만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마물도 있고 하늘에서도 오니까. 그 때마다 쓰러트리는 것말고는 방법이 없어.”
 “그런가. 공중을 나는 마물이라 하니, 요즘 왕도 근처 숲에 화룡이 나타났다나 보군. 번식기가 되면 먹을 게 적은 화산대에서 내려온다던가.”

 화룡 한 쌍이 내려와 숲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곤란해 한다는 이야기는 나도 들었다.
 나야 길드에 의뢰가 들어오면 대응하겠지만 아직 그런 이야기는 없다.
 하얀 산양에는 S 랭크 모험가도 있으니 아마 의뢰가 들어가면 화룡은 곧 토벌되리라.

 “주인님은 화룡 토벌에 관심이 없나?”
 “용의 재료가 쉽게 손에 들어 오는 건 아니니……관심이야 있지. 하지만 그런 커다란 공적을 올리면 눈에 띄어버리잖아. 움직이더라도 순서가 있는 거야.”
 “순서……인가. 화룡에 괴로워 하는 사람들을 줄곧 내버려 둘 생각은 아닌 모양이군.”
 “벨레누 씨, 오더 들어왔어요~ ‘손님’과 이야기도 좋지만, 일 좀 하죠~”

 밤 영업 때에는 알바로 고용한 웨이트리스가 일해주고 있다. 본래는 슬럼가에서 소매치기를 하던 소녀였으며, 길드원으로서는 도적으로 등록되어 있다.

 “오더, 받았습니다. 그럼 손님, 이야기는 나중에.”
 “그래. 나는 적당히 마시고 있을게.”

 벨레누=엘세인이 마왕의 본명이다. 사람들은 ‘마왕’이라는 호칭 밖에 모르기에 본명을 밝혀도 마왕이란 걸 들키지 않지만, 나로서는 살짝 지나치게 오픈적인 직장인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마왕의 나라는 엘세인 마왕국이며, 벨레누는 12대 마왕이라고 한다. 역사가 짧은 알베인 왕국의 국왕이 52세라는 걸 생각하면 종족에 따른 수명차와 내란 빈도의 차이를 절실히 알 수 있었다. 알베인에서도 왕위 계승 투쟁이 일어난 적은 있지만 지금의 치세는 안정되어 있는 편이다.

 “저기, 아이린. 저 엘프 메이드, 어느샌가 아무렇지 않게 일하고 있는데 너는 아무 생각도 안 들어?”

 역시 눈치챘나――변장이하더라도 얼굴이 변하지 않는 이상, 미라루카가 놓칠 리가 없다.

 “벨레누 씨는 좋은 사람인걸. 이야기 해보면 알 거야. 덕분에 가게도 잘 돌아가고 딕도 기뻐하잖아?”
 “……흐응. 딕을 함정에 빠트리려 한다던가. 그런 위험은 없는 거야?”
 “아, 일단 걱정은 해주는 거구나. 괜찮지 않을까? 딕에게 인정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고.”
 “인정 받는다……저, 저기 두 분. 저 엘프 분은 딕 님께 호의를 품고 계신 건가요?”

 이 시간까지 왕녀가 가게에 있어도 되는 걸가. 그런 걱정이 들었지만 오늘은 미라루카의 집에 머물며 공부를 베운다고 둘러댄 모양이었다. 밤놀이라는 건 여전하지만 뭐, 들키지 않으면 문제는 없으리라.

 “음~ 글쎄. 딕이 맡고 있는 걸 돌려줬으면 한다던데.”
 “그걸 구실로 일한다는 걸 딕이 알고 있으려나…… 이따금 얼빵한 구석이 있으니 제대로 말해줘야 하는데.”
 “미라루카, 직업 선택의 자유란 것도 있으니 괜찮지 않을가요? 저도 가능하다면 이 가게에서 딕 님과……”
 “너 정말…… 딕 밖에 생각하지 않는구나.”
 “죄, 죄송해요. 하지만 저번 일을 도와주신 게 정말로 기뻐서……”

 저 여자회 자리에 불려 나가지 않는 게 참으로 다행이다. 만약 불려 나갔다가는 여러 의미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술로 도망치고 있으니, 딸랑, 하고 도어벨이 울리며――짙은 갈색의 밋밋한 외투를 입고 후드로 얼굴을 가린 손님이 찾아와 내게 다가왔다.

 “자리 비어 있지?”
 “그럼, 비어 있지.”

 내 가게에 올 때는 눈에 띄지 않도록――그런 당부를 들은 손님 중 한 명.
 ’빛나는 광검 코디’. 시일 내로 올 거라 생각했지만 설마 오늘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후드를 벗은 코디는 늘 그렇듯이 상쾌하게 웃어 보였다. 그 얼굴색도 전에 가게에 왔을 때보다는 크게 좋아져 있었다.

 “손님, 주문하시겠어요?”
 “차가운 맥주로.”
 “알겠습니다.”

 맥주는 블랜드와 달리 붓기만 하면 되니 금새 내놓을 수 있다. 냉장용 얼음실을 갖춘 주점은 왕도의 수많은 주점을 제치고 이곳 하나 뿐이다.

 벨레누는 내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내 몫까지 내주었다. 잔을 마주한 코디는 반정도를 단숨에 들이켠다.

 “후우…… 맛있네. 이 가게 맥주는 별격이라니까.”
 “다른 가게하고 납품처부터가 다르니까. 맥주도 재료와 주조자의 실력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거든.”
 “그 성격은 여전하네. 너라면 어떤 가게를 해도 다른 곳과 다른 특색을 낼 수 있을 거야.”
 “내가 맛있는 술을 마시고 싶을 뿐이야. 주점으로서 노력하는 만큼 본래의 모습도 보기 힘들어지고 말야.”

 나는 코디에게는 의외로 숨기는 것 없이 내뱉는다. 주점은 위장이며 길드의 우수함을 숨기기 위한 것――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하지 않는 말이다.

 코디는 남은 맥주를 들이 붓고는 안주를 먹기 시작한다. 이렇게 마시는 모습만 보면 기사단장이 아닌, 젊은 기사가 친구와 마시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리라.

 친구라기엔 뭐 하지만 그걸 고집까지 부려가며 부정해봐야 소용이 없다. 코디는 겉과 속이 같은 좋은 녀석이다. 그건 이런저런 뒷사정을 알게 되어 조금 말라버린 지금도 여전하다.

 “……왕녀님 말야, 네가 도와준 거지?”
 “미라루카도 시합을 봤다고 했으니 기사단장인 너도 가능성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뭐, 내 마법을 아는 녀석에게는 일목요연인가.”
 “아니, 마법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어. 하지만 그 ‘강화되어 있는 느낌’을 보고 그리워졌거든. 이제는 완전히 감 같은 거지만.”
 “그래서 나를 만나러 온 거냐. 나 참, 성실한 녀석이야.”
 “하하하…… 하지만 미라루카도 그랬잖아. 그런 걸 보면 여기에 올 수밖에 없다니까. 너는 역시 왕도에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 ‘망각의 딕’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코디가 그렇게 말한다면 내 계획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으리라. 기사단장에게 전해질 정보량을 생각해 볼 때, 내 존재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면 잘 은폐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음…… 이 안주도 맛있네. 과일을 튀긴 건가?”
 “화염 호두 튀김.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가열하면 짜릿한 매운맛이 올라와.”
 “흐음…… 이 매운맛은 잊기 힘들겠어.”
 “참고로 이 녀석은 메인 안주라 공짜야. 사양 말고 먹어.”
 “여전히 씀씀이가 좋은 가게야. 그나저나 이 느낌은…… 아무래도 불의 내성이 붙는 모양이네.”
 “조금. 좀 더 강한 내성이 붙도록 하려면 술에 곁들일 필요가 있어. 그렇게까지 하는 건 불을 뿜는 마물과 싸울 때 정도지만.”

 나도 화염 호두를 입으로 옮겨 그 매운맛을 맛본다――이 나무 열매의 조리법으로는 이게 가장 적절하리라. 맥주와 상성이 발군이다.

 하지만 무슨 생각인지, 코디는 화염 호두가 담긴 접시를 가만히 보고 있다. 이 녀석이 이런 표정을 지을 때는 의외로 진지한 상담이 있다는 것인데――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딕, 부탁이 하나 있어. 가능하면 내가 일을 가져다주는 건 자제하고 있었지만 역시 너말고는 달리 의지할 데가 없어.”
 “거절한다. 고 말하고 싶지만…… 내용에 따라 다르겠네. 우리 길드에 불가능은 없지만 뭐든지 하는 건 아니라서 말야.”

 나는 여성진들이 듣고 있나 확인하지만 다들 근황 이야기에 빠져 있어 아직 코다기 온 것마저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다는 게 뭔데? 고양이 찾기 같은 건 평범한 길드에게 부탁하라고. 절대로 안 받아 줄 거니까.”
 “고양이 찾기면 우리 애들만 써도 해결되네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네가 하루면 찾을 걸 우리는 며칠이나 걸리겠지.”

 코디가 내가 만든 정보망을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누구보다 왕도를 잘 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딱히 틀린 것도 아니리라.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있던 코디가 불쑥 진지한 얼굴을 한다. 그리고 결코 주위에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부하 중에 튀미스라는 여성 기사가 있어. 백인장을 맡고 있는데 이번에 왕도 동쪽 숲에 나타난 화룡 토벌에 지망했거든.”
 “백인장…… 그 튀미스란 기사의 전투 평가는.”
 “1840. C 랭크 모험가 정도야.”

 기사단에서는 천인장이 되서야 겨우 B 랭크 모험가급의 전투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화룡 토벌의 난이도는 A 랭크 모험가가 6인 팀을 맺어야 겨우 달성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즉 그 튀미스란 여성 기사는 이대로 가면 확실히 토벌에 실패하며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무모한 지망 같으면 허가 안 하면 되는 거잖아.”
 “그게…… 국왕 폐하께서 직접 내게 명령을 내리셨거든. 튀미스의 희망은 되도록 받아 주라고. 그리고 그녀가 승진을 위해 노력한다면 보조해주라고.”
 “……별로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닌데, 튀미스하고 국왕하고 무슨 관계야?”
 “첩의 딸. 어릴 적부터 어느 정도 무예에 뛰어났고 창술사로서는 동기 사관 중에서는 특히 우수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공적을 서두르는 경향이 조금 있어.”

 공적을 서두르는 사람에게 화룡 출현은 절호의 기회로 보였던 것이리라.

 “정실의 딸…… 마나리나 왕녀가 아니면 왕위 계승권은 없지. 그래서 기사로서 무공을 쌓으려는 건가. 그거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네. 하지만 왕의 명령에 따랐다가 결과적으로 왕의 딸을 죽게 만들면 그게 더 문제 아냐?”
 “그렇지…… 그래서 내가 쓰러트릴 생각도 해봤어. 근데 난 기사단장이잖아. 어디서 대타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자리를 비우면 금방 알아차려 버릴 거야.”
 “……뭐, 그렇겠지.”

 코디를 향한 주위의 신뢰는 두텁다. 직속 부장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코디의 지시를 기다린다. 그런 코디가 없어지면 부하들을 동원해서라도 찾으려 들리라――그리고 코디가 움직인 걸 국왕이 알면 사정을 간파할 가능성도 있다. 튀미스가 바란 화룡 토벌을 코디가 사전에 뭉갰다고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다.

 참 귀찮은 것이 그럼에도 코디는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모험가를 은퇴한 코디의 부모님께 두터운 지원을 해주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겠지.

 용사의 힘만으로도 나라를 뒤집을 수 있지만 코디는 그런 야심을 전혀 품지 않는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자면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가 기사단장이기에 나라가 안전한 것도 틀림 없는 사실이다.

 “……튀미스의 파티가 화룡 토벌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 이 가게에 오면 네가 그녀를 이기게 해줄 수 있겠어?”

 왕녀의 결투하고는 난이도가 급이 다르다王――상대는 인간이 아닌 용. 성룡이라면 최소 전투 평가가 1만 2천. 1840의 기사 따위 일격에 갑옷이 박살나고 두 번째 공격에 목숨의 위기에 처하리라.

 가령 튀미스가 부하를 이끌고 간다면 화룡은 집단의 적을 일소하기 위해 반드시 브레스를 뿜을 것이다. 그럼 피해가 더욱 막대해진다.

 하지만――화룡 토벌에는 비법이 있다. 그것만 알면 전투 평가를 뒤집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벨폰 숲에 화룡이 찾아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는 2년 전, 다른 화룡의 개체를 토벌한 적이 있다. 길드원에게 내 작전을 대행시킨 것뿐이지만.

 혈기왕성한 여기사에게 화룡을 쓰러트릴 방법을 가르쳐주고, 더욱이 자신의 실력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그 양립이 가능한가. 누가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것이다. 조건만 갖추어지면 불가능하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