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토벌 후, 눈에 띄고 싶지 않아 길드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4화. 오해의 해결과 왕녀의 진실

 “미라루카. 왜 그렇게나 딕 님을 적시하는 건가요?”

 왕녀가 후드를 벗어 얼굴을 드러내며 당황한 모습으로 미라루카에게 물었다. 미라루카는 후우, 한숨을 내쉬고는 사정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나는 마나리나와 그 공작의 결투를 봤어. 보통 마나리나가 그 남자에게 이기는 건 어려워……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실력차를 뒤집어 이기는 건 불가능했을 거야. 하지만 마나리나는 단기간에 전투 평가를 크게 높이고 그 남자에게 이겼어. 그걸 가능케 하는 건…… 딕, 너밖에 없어.”

 역시 용사 파티 멤버에게는 기척을 지워도 들키는 모양이었다. 나는 각오를 다지고 미라루카의 앞으로 나섰다. 왕녀는 나를 보고 놀랐지만 곧 방긋 웃었다. 당초하고는 꽤나 달라진 인상이었다.

 미라루카는 팔짱을 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팔에 얹힌 가슴이 엄청난 유혹을 하고 있지만 나는 인력에 맞서 미라루카의 얼굴을 보는 노력을 한다. 화내고 있다. 눈이 무섭다. 하지만 도망칠 수는 없다.

 “왕녀를 편하게도 부르네. 무슨 관계야?”
 “마나리나는 내 제자니까. 마법 대학에 다니고 있거든…… 내 세미나에 속해 있고. 마나리나는 마법을 쓰지 못 하니까 그 지도를 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마법에도 재능이 있는지라 습득에 일 년이 걸리는 사람이 있으면, 하루 만에 익히는 자도 있다. 마나리나 공주님에게서는 마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니 마법보다는 검이 적성에 맞으리라.

 “신분을 속인 건 사과하겠어요…… 제 본명은 마나리나 리라 알베인입니다. 하지만 딕 씨의 표정을 보기에 이미 알고 계셨던 모양이군요.”
 “아……아, 아니. 지금 미라루카의 말을 듣고 확신을 가졌을 뿐이야.”
 “거짓말. 늘 이 모양이니까 보고 있으면 짜증만 나는 거 아냐.”

 뜨끔하는 말을 용서 없이 던진다――내게 미소녀의 매도를 칭찬이라 여기는 경향이 조금이라도 없었다면 재기 불능이 될 정도로 정신적 대미지를 받았으리라.

 “미라루카에게는 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실은 이 길드를 가르쳐주신 것도 미라루카라……”
 “이럴 줄 알았으면 안 가르쳐줬어. 딕, 네게는 좀 더 이성이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단순한 동물이었나 보네.”
 “도, 동물이라니…… 내가 대체 뭘 했다는 건데.”

 정말로 모르겠다는 나를 보고, 미라루카는 “너 바보야?”하는 표정을 지었다. 보고 있으면 죽고 싶어지는 표정이기에 되도록 참아줬으면 한다.

 “딕, 네가 마나리나를 이기게 한 방법에는 함정이 있어. 마나리나는 뷩스부르크트 공작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알려져 버렸어. 그녀가 다시 한 번 같은 강함을 보여줘야 하게 되면 저절로 너를 찾아가게 되지. 그야말로 거미 지옥이네.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마나리나에게 강해지는 감미로움을 가르쳐주어 도망칠 수 없게 만들다니……이 변태, 변태 딕.”


 마나리나가 내가 한 것을 모르는 채 무사히 의뢰를 끝낸다――그런 계획을 미라루카는 용서 없이 파괴해버린다.

 “너는 거미 지옥에 마나리나를 끌고 와서, 그……모, 못 움직이는 걸 독침으로 찌르려 하는 거야.”
 “자, 잠깐, 잠깐! 그건 내가 왕녀에게 흑심이 있을 때의 이야기잖아. 나는 그냥 술을 사주고 일이 잘 끝났는지만 들을 생각이었다고.”
 “……과연 그럴까.”

 미라루카는 내 말을 전혀 믿어주지 않았다.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독침이라니. 아무리 비유 표현이라지만 얼굴이 붉어질 것만 같다.

 왜 미라루카가 이렇게나 완고한 것인가. 내게 공격적인 것인가. 짐작 가는 이유가 딱 하나 있다.

 1년 전, 처음으로 술에 취한 아이린을 간호하고 있으니 미라루카는 나와 아이린이 남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큰 착각을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왕녀까지 자신의 가까이에 두려 한 나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이리라.

 여기서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말한다면 미라루카는 아마…… 아니, 어른이 되었으니 그런 일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미라루카의 눈물을 세 번 본 적이 있다. 마왕 토벌 중, 길드 하우스를 떠나 친가로 돌아갈 때, 그리고 나와 아이린을 보았을 때.

 그러니 이번에도 울 것 같다고 어쩐지 알아버리는 것이다. 울리면 대미지를 받는 건 나도 마찬가지로 일주일은 가볍게 질질 끌고 갈 터이다. 어떻게든 울리지 않고 이 자리에서 해결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아이린이 어느 틈엔가 기척을 지워 미라루카의 뒤로 가있었다.

 무슨 생각인가 싶었더니 뒤에서 손을 뻗어 미라루카의 풍부한 가슴을 움켜쥐는 것이었다.

 “꺄악……!?”
 “미라루카, 나보다 커지지 않았어? 이런 거 보이면 딕도 마음이 편치 않은걸?”
 “저, 정말…… 아이린 너는 배려가 부족해……”

 아이린의 손에서 벗어난 미라루카는 옷을 갖춘다. 그리고 뺨에 홍조를 지은 채 나를 바라본다――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성장했구나 싶어도 이런 확인 법이 가능한 건 여자끼리 뿐으로, 내게는 불가능하다. 마왕은 별 움직임이 없지만 마나리나 왕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져 있었다.

 “……딕은 나한테 관심도 없는 걸. 그야 아이린하고……”

 이야기가 단숨에 핵심으로 향한다. 이 착각을 고쳐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이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내가 말해도 변명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이린은 어안이 벙벙하다는 양 웃으며 말했다.

 “응, 어라? 나도 처음 마신 거라 술이 핑 돌아서 말야. 딕한테 등을 빌린 거야. 그래서 속이 좀 편해져서 험한 꼴도 안 보여줘도 됐고. 그치, 딕?”
 “아, 응…… 위험했지. 그래도 속 안 좋다고 옷 벗는 녀석은 처음 봤다고.”
 “아하하, 취해서 별 기억도 안 났는데 그런 일도 있었어? 정말 젊음의 혈기란.”

 말을 맞추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이다.
 단지 아이린의 피부를 보고 내가 여성을 의식한 건 사실이다. 그건 변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라루카는 우리를 보려고도 하지 않고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역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런 우리를 도와준 것은――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마나리나 왕녀였다.

 “제게는 두 분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미라루카. 믿어주시면 어떨까요?”
 “……나, 나는…… 사실이었어도 축복해주려 했어. 딕하고 아이린은 잘 어울리니까 이상한 것도 없는 걸……”

 미라루카는 예전부터 그랬다. 늘 말은 험하지만 여행 도중부터는 우리를 동료라 생각해주었다.

 하지만 착각은 착각이니 고쳐야만 한다. 아이린의 명성을 위해서도.

 “아이린도 상대를 고를 권리는 있어. 멋대로 내게 밀어붙이면 곤란……”

 그렇게 말하려던 차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째서인지 마왕, 아이린, 미라루카, 그리고 마나리나가 내게 시선의 집중포화를 끼얹는 것이었다.

 “하아, 이런 성격이지. 좀 더 자신을 가져도 좋을 텐데.”
 “늘 사고가 수비적이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폐쇄적인 변태라니. 어중간한 것도 정도가 있지.”
 “뭣…… 왜 내가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야. 모처럼 이야기가 잘 정돈되려는데.”
 “주인님, 당연히 들을만한 이야기에요. 마나리나 왕녀께서도 어이없어하시잖아요?”
 “아, 아뇨…… 저는, 그…… 딕 님의 그윽한 점이, 5년 전에 봤을 때부터……”

 귀까지 빨개져 완전히 사랑하는 소녀의 얼굴을 한 마나리나 왕녀가 말했다.

 순간 깨닫는 게 늦어졌지만 왕녀의 말 중에는 생각지도 못 한 단어가 담겨 있었다.

 “……5년 전이라고? 아니, 하셨나요? 왕녀님?”
 “제, 제게 경어를 쓸 필요는 없답니다. 편하게 불러주세요, 용사 딕 님. ‘망각의 딕’의 이름을 저는 5년 전 알현의 방에서 당신을 본 이후로 단 한 번도 잊지 않았답니다.”

 국왕이 나나 코디가 아내로 찾을지도 모른다며 알현의 방 옆에 대기시켜 놓았다던 공주.

 그 공주가 제1 왕녀 마나리나이며 나를 보고 더욱 마음에 들었다고.

 그런 형편 좋은 전개가 현실에 있을 리 없다. 없을 터임에도 일어나 버렸다――복권 1등 당첨처럼.

 “아, 아니…… 나는 대단한 일도 안 했고 길드 마스터 자리를 받은 것도 최소한의 관용 같은 거라……는 흐름 아니었어? 응?”
 “엣, 겸손은 떨었지만 제대로 마왕 토벌대의 멤버로 카운트되었는데?”
 “정말로 그저 따라간 거라 생각하면 설령 경영 악화로 쓰러져 가는 길드라도 마스터 자리를 받았겠어? 정말 속 편한 녀석이야.”

 확실히 그렇다. 그렇지만――왕과 측근은 상을 준 것에 안심하여 반 년 정도 지나니 나를 거의 기억하지 못 했다. 그건 길드원에게 조사시켜 확인해두었다.

 하지만 알현의 방을 보던 제1 왕녀가 나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실수해버린 것이다. 망각의 딕이 기억에 남아서야 평범한 딕이 되어버린다.


 “딕 님…… 당신은 자신의 공적으로 작게 만들어 늘 겸손하게 자리하셨어요. 하지만 보면 알 수 있어요. 당신이 마왕 토벌대의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마나리나 왕녀의 말에 마왕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 들통이 났다느니, 그런 말은 참아줬으면 한다.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한 자신이 부끄러워서 구멍에 숨어 버리고 싶어진다.

 “이 주점에서 재회했을 때도 당신은…… 술에 쩔은 한심한 남자를 겉꾸미며 저에게 들키지 않도록 저를 가르쳐주셨어요. 우유를 내주실 때는 저 같은 어린애는 상대해주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거 같아 괴로웠죠……하지만 그 후에 멋진 술을 내주셨죠. 그때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 아시나요……?”

 그 웃음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그게 그날 만났을 뿐인 나를 향한 게 아니라, 5년 전부터 줄곧 재회를 기다리던 상대를 향한 것이라 생각하면 그 의미가 확 달라진다.

 마나리나 왕녀는 소매 안에 손을 넣는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 놓은 왕가의 증표를 꺼내 내 손에 얹어 주고는 감싸듯이 덮어주었다.


 “이건 이번 일의 보답이에요. 사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만…… 그건 앞으로 상담을 듣는 가운데, 제가 딕 님의 도움이 되는 것으로 갚아 드리고 싶어요.”
 “……왕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아니, 경어는 됐다고 했나. 으음, 마나리나가 그렇게 해준다면 나도 고맙지. 만약 왕가의 힘을 빌릴 일이 생긴다면 잘 부탁할게.”
 “네, 딕 님의 부탁이라면 뭐든지……”


 마왕도 그렇고 마나리나도 그렇고 내가 만난 높은 신분의 여성은 신뢰한 남성을 전력을 다해 돕는 것 같다.

 “저기, 미라루카. 딕 때문에 화나도 소용이 없다? 의외로 늘 이렇거든.”
 “……착각한 건 사과하겠지만 딕이 칠칠치 못 한 건 사실이니까. 역시 가끔은 찾아와서 꽉 조여줘야 한다니까.”

 아이린과 미라루카 사이에도 우정이 돌아왔다――이제는 시작될 의뢰 달성 파티를 두고, 그녀들의 집중포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걱정해야겠지. 저녁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부드럽게 해줬으면 한다. 그렇게 남일처럼 생각하는 나였다.




 

출처 : 小説を読もう!

원작 : とーわ

번역 : A.A.A(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