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토벌 후, 눈에 띄고 싶지 않아 길드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1화. 주정뱅이 남자와 아름다운 의뢰자

엑스레아 대륙 북부에 위치한 알베인 왕국은 2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국민은 1000만명. 왕도 알비너스의 인구는 50만명. 그 중 귀족은 지방 영주까지 포함해 수백 밖에 되지 않으며 국왕을 정점에 둔다.

 기사단장이 된 코디의 발언권은 공작에 상응한다. 아무리 불완전해도 용사임에도 불구하고, 모험가 출신 주제에 귀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코디는 13살일 당시에는 꽤나 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SSS 랭크 모험가가 혼자서 나라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걸 귀족들은 알지 못 한다――그렇지만 코디의 인내심이 끊어지는 일은 없었다. 잘도 귀족들의 괴롭힘을 견뎌냈다 싶었다.

 그는 16살이 되어 술을 마실 수 있게 되니 남몰래 내 길드에 와서는 평소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술을 마시며 “귀족과 군인 사이의 절충으로 고생하고 있어.”하고 자주 말했다. 나는 그때마다 말한다. 관리직에 앉는다는 건 그런 거라고.

 길드 마스터는 관리직 아니고? 코디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웃었다. 나는 그저 여기서 술을 마시는 것 밖에 일이 없다고.

 하지만 이렇게 마시고 있을 수 있는 것도 내가 만든 시스템이 훌륭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도에는 우리 길드――’은빛 물병’ 이외에도 열한 개의 길드가 있지만 현재 그 중 일곱 개는 톱 길드인 ‘하얀 산양’이 만든 조합에 가맹하고 있으며 서로 의뢰를 보내주거나 모험가를 수배하는 등 협력 체제를 취하고 있다.

 나는 조합에 가맹하지 않고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그걸 위한 준비로서 본래는 모든 길드가 가맹하고 있던 조합에서 다른 길드 몇 개가 탈퇴하도록 공작을 했다. 그것으로 내 길드만이 독립해 있다는 특수성을 희석할 수 있었다.

 우리 길드의 기밀성을 높인 후에는 ‘열두 번째 길드는 다른 길드가 받아주지 않는 의뢰를 받아준다’는 도시전설 같은 소문을 퍼트렸다. 물론 그 소문을 듣고 정면으로 찾아와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더욱 자세히 조사하면 우리 길드 소속하거나 의뢰를 주고 싶을 때의 ‘암구호’를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한 예를 설명해보겠다.

 ◆◇◆

 내가 18살이 되어 세 달 정도가 지났을 즘이다.

 어느 날 오후, 나는 언제나처럼 길드에 병설된 주점 카운터에서 좋아하는 술로 목을 적시고 있었다.

 “주인님, 어떠신가요. 보르고뉴 지방에서 만들어진 올해 가을 최고의 흰포도를 사용한 일급 과실주입니다.”

 카운터 안에 있는 메이드복 차림의 엘프 여성――그녀는 손님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곧장 나를 주인님이라 부른다. 부르지 말라고 해도 듣지를 않으니 그 때마다 정정해주는 게 귀찮았다.

 참고로 지금 손님은 없다. 아침 열 시에 문을 열면 근처 주민이 밥을 먹으러 오고는 하지만 오후의 이 시간대는 열어 두어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일단은 길드이기에 손님과 지망자를 기다리고는 있다. 마시고 있으면 제발로 찾아오니 나로서는 특별히 지루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 메이드 엘프에게는 하나 엄중히 주의를 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주인님이 아니라 손님으로 불러줘. 안 그러면 대답도 못 한다고.”
 “그, 그럴수가……그럼 취하시면 색기를 풀풀 풍기시는 촉촉한 눈매가 매력적인 손님이라 부르면 될까요?”
 “얼마나 나를 칭찬해야 마음이 풀리는 거야……촉촉한 눈매가 칭찬이긴 한가? 아무렴 어때. 앞으로 내가 지정한 것 이외의 호칭을 사용하면 벌 줄 줄 알아.”
 “읏…… 네, 네. 이 추잡한 암캐에게 부디 엄한 벌을 해주세요……”

 기대감을 품은 눈길을 보내는 육체는 잘 돌려 말하면 성숙되어 탱글탱글한 과일 같았다. 왕도에서는 사도라 불리는 짧은 치마의 메이드복이지만 그녀는 내 눈을 끌기 위해서 입고 있다.

 오 년 전부터 변함이 없는 체형이지만 내가 아는 피부색과 달리 하얀색이기에 평범한 엘프처럼 보였다. 다크 엘프가 왕도를 활보해서야 소란이 나기에 그녀 나름대로 질서를 중시한 결과라 해야 할까, 얼마 전에 재회했을 때에는 이미 평범한 엘프처럼 되어 있었다.

 “하나 기억해둬. 남자는 쫓아오면 도망치거든. 밀면 안 돼. 잡아 당겨 보라고 했잖아?”
 “으음……”

 메이드가 불만스러워 보인다. 주인님의 말에 “으음”이라니, 불손한 메이드이다.
 하지만 그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녀의 메이드복은 형태 뿐으로, 실제로는 내 메이드가 아니니까.

 메이드 차림의 엘프는 숨을 들이쉰다. 마음을 다잡는 의식이리라.

 “하지만 말이다. 나는 5년이나 기다렸다. 주인님은 말했을 텐데. 5년이 지나면 호부를 돌려주겠다고. 나는 이렇게 호부를 돌려 받기 위해 주인님께 충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달리 뭐가 부족하다는 게냐.”

 말투가 홱 변해버린 메이드――그래, 그녀는 은밀히 왕도에 찾아온 마왕이었다.

 나의 은신처 길드 하우스에 한 달 전부터 굴러 들어와, 어디서 그런 지식을 얻었는지 제멋대로 메이드복을 조달해오더니 끝내는 주점 카운터에서 일하기 시작해버렸다. 술의 블랜드나 안주 제작의 습득이 빨라서 지금에서는 베테랑 점원 같은 분위기를 내뿜고 있다.

 보라색 머릿결에 흑갈색의 피부를 지녔던 마왕이지만 이제는 하얀 피부에 황갈색 머릿결을 지닌 엘프가 되어 있다. 마법으로 위장한 것이다.

 “우리 나라라면 걱정 말거라. 동생에게 맡기고 왔으니. 동생은 내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거든.”
 “아니, 그건 걱정 안 해. 그나저나 흉악한 마물도 있는데 통치하는 쪽은 의외로 태평하구나……”
 “인간을 덮치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 하는 자도 종족적으로 있으니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들도 품종 개량――혹은 교육의 끝에 농업이나 사냥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칭찬해도 될 것 같은데?”
 “으음~ 내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뭐, 잘한 것 같긴 하지만.”
 “용사라면 조금 더 내 노력을 칭찬해도 되지 않으냐. 반응이 그래서야 보람이 없어. 노력했단 말이다. 조금은 평가해다오.”

 삐뚤어진 것은 아니다. 나는 상쾌한 언동을 하면 몸이 간지러워지는 병이 있기에 “마물이 인간을 덮치지 않게 하다니, 굉장하네.”하고 솔직히 칭찬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용사가 아냐. 앞으로 한 번만 더 이 길드에서 나를 용사라고 부르면 진짜 벌 받을 줄 알아. 아이린이 맡아 줄 거야.”
 “음, 그 오니 소녀 말이냐. 5년이 지나도 주인님을 찾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술친구까지 되어 있다니. 나 참, 나의 주인님을 술에 절여 이런 짓 저런 짓을 하려 하다니, 참으로 부럽……아니, 발칙하군.”
 “아무래도 좋지만 손님이 오면 위험하니까 슬슬 말투 좀 바꿔.”

 아무래도 좋지 않다는 양, 마왕은 “으음”하고 말하지만 내 명령에는 순종적이어서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메이드 모드로 돌아왔다.

 아이린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녀는 5년 전 내 길드 하우스에서 며칠을 보낸 후에 한 번 고향으로 돌아갔다. 오니족이 살고 있는 산악지대가 알베인 왕국의 서쪽에 있으며 그곳에 오니족의 수령인 아버지께 마왕 퇴치의 보고를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신의 술 절반을 아버지와 친척들에게 돌린 후에는 나머지를 들고 돌아왔다.

 그 후, 적당히 일을 찾아 돈을 벌고는 왕동세 자신의 집을 사 거의 매일 같이 이 주점에 마시러 오고 있다. 오니족은 열 살에 인족 어른과 동등한 외견을 가지기에 그때부터 마셔도 되는 모양이지만 어째서인지 왕국의 법류를 따라 16살까지 참고 있었다. 지금은 술에 강한 고래가 되었지만 처음 마신 날에는 평범하게 취해 나름대로 야시시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하지만 미수로 끝난 데다가 지금도 특별한 진전이 없었다. 친구를 이성으로 보는 게 어려울 정도로 오래 어울리고 말아버린 것이다――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는 생각에 잠겨 있으니 손님이 찾아 온 모양이었다.
 나는 마왕과 시선을 나누어 주점의 점원과 손님으로서 행동하기로 했다.

 도어벨이 울리며 회색 후드 외투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뚜벅뚜벅 나는 발소리―― 여성의 신발이다.

 그녀는 카운터의 한 자리에 앉았다. 가장 안쪽에 있는 내게서 네 칸 정도 떨어진 자리다. 나는 하얀 포도주를 입으로 옮겨 음미한다. 아직은 그거면 충분하다.

 ’회색 외투’는 이 주점의 특별한 손님임을 뜻한다.
 하지만 아직 ‘절차’가 남아 있다. 그걸 확실히 해내지 않으면 그녀가 가져온 상담을 들어줄 수 없다.

 접객 모드로 들어간 마왕에게 외투 여성이 말을 건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에 귀를 기울였다.

 “……’우유’를 주겠어? 없다면 ‘이 가게에서 밖에 마실 수 없는 추천하는 술’도 좋고.”
 “알겠습니다. ‘특제 블랜드’면 될까요?”
 “그래, 부탁할게. ‘나만의 오리지널’로.”

 그녀는 모든 암구호를 말했다. 그 순간, 이 길드의 ‘의뢰자’로서 인정 받는다.

 요일에 대응하는 색의 외투를 입고 지금의 암호를 말한다. 그 조건을 알려면 ‘다른 길드에서 의뢰를 거절 당해 내 길드원의 접촉을 받거나’, ‘내 네트워크에 개입하는 인물에 접촉’할 필요가 있다. 그 중 어느 쪽인지는 의뢰자가 밝혀야 한다.

 하지만 의뢰자로 인정 받아도 나는 어디까지나 방관할 뿐이다. 어떤 대응을 할지는 카운터의 마왕과 대화하는 것을 듣고 판단한다.

 홀짝홀짝 술을 넘기며, 나는 의뢰자가 수상쩍게 여기지 않도록 살짝 시선을 돌렸다.

 “……이제 이야기 해도 되는 거야?”
 “네. 당신은 이 은빛 물병의 소중한 손님으로 인정 받으셨으니까요.”
 “후우…… 정말 이런 곳에 있는 길드가 내 의뢰를 달성할 수 있는 건가. 걱정이지만 어쩔 수 없네. 다른 길드는 받아주지 않았으니까.”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후드를 벗었다――그렇게 펼쳐진 블루넷 머릿결에 그만 반응할 뻔했다.

 꽤나――아니, 이 왕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극상의 미소녀가 그곳에 있었다. 연령은 나와 비슷하거나 좀 더 연상이리라. 기는 조금 드세 보여도 품격 있는 몸짓은 누군가를 연상시켰다.

 ‘그나저나…… 어디서 본 것도 같은데. 데자뷰인가……?’

 “솔직히 말하지요. 제1 왕녀 마나리아와 뷩스부르크트 공작의 혼약을 파기시키고 싶어요.”
 “혼약을 파기시킨다……당신은 어떤 연유로 그걸 바라시는 건가요?”

 제1 왕녀 마나리아는 현재 15살로 곧16살이 된다. 왕국의 성인 연령인 16살이 되는 것과 동시에 아버지인 왕이 왕녀의 반려를 고르게 된다. 그건 엣적부터 이어진 왕실의 풍습이며 유력한 귀족과 왕족을 연결시키는 것으로 권력 기반을 굳이는 것이었다.

 뷩스부르크트는 왕정을 보좌하는 입장의 귀족들이 구성하고 있는 원로원에서 제1위에 위치하는 귀족이다. 왕녀를 가질 자격은 충분히 가진 것이지만――아마 이미 40대 중반은 되었을 것으로, 두 사람의 나이차가 극심한 게 문제였다.

 “저는…… 와, 왕녀님의 시녀에요. 마리아나 공주님은 결혼을 바라시지 않아요. 국왕 폐하의 결정이라도 그대로 따라서야 자해해버리시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궁지에 몰려 계시답니다.”
 “그건……”

 국가를 짊어질 권력자의 아내가 되는 것 또한 왕녀가 지닌 의무이다.
 ――하지만 마왕이 그런 상식적인 반응을 보일 리도 없었다.

 “바라지 않는 결혼이라면 단호히 거절해야죠. 결혼을 파기하면 되는 건가요?”
 “읏……하, 할 수 있는 거야!? 나……아, 아니 마리아나 공주님과 그 지겨운 중년 남자의 결혼을 취소시킬 수 있는 건가요!?”


 갑자기 몸을 내미는 자칭 ‘왕녀의 시녀’. 이야기는 충분히 이해했다――그건 그렇고 내 네트워크가 왕족에게까지 닿게 되었나. 스스로도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왕실이나 귀족하고 깊은 연결은 단연코 사양이지만 그들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도 진정이 되지 않으니 정보 수집만은 늘 빠짐 없이 행하고 있다.


 장 뷩스부르크트는 그림으로 그린 듯한 미형 중년이며 올해까지 미혼을 관철하고 있지만, 곳곳에 여자를 만들고 다른 귀족의 아내나 딸에게도 손을 대어 아이를 만드는 흉악하기 짝이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발이 꽤나 넓은 편이고 왕에게는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그것도 장래에 왕녀를 얻어 자신의 권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거라 생각하면 쉽게 납득이 가리라.

 ――납득은 하지만 재미는 없다. 나는 마왕에게 ‘늘 하는’ 주문으로 차가운 맥주가 든 잔을 받았다.

 “……저 남자는 뭐예요? 사람이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술이나 퍼마시고.”
 “아가씨. 내 신경 쓸 거 없어. 단순한 주정뱅이니까.”
 “대낮부터 술이라니…… 한심하네요. 몸이 망가지면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걱정한다고요?”
 “읏……콜록. 쓸데 없는 걱정이야. 내게 그런 사람은 없으니까. 혼자 마시는 술은 참 좋아. 자유롭거든.

 갑자기 친근하게 말을 걸어서는 허를 찌른다. 이 정도로 “사실은 상냥하구나”하고 생각해버릴 정도로는 나도 상냥함에 굶주린 모양이었다. 마왕은 “상냥함”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다.

 “후우……뭐, 자기 몸이니 자유로운 게 가장 좋겠지요. 다시 이야기를 할까요? 결혼 파기, 가능한 거죠? 이 길드라면.”
 “네, 저희 길드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대신 의뢰를 받는데 있어 몇 개 질문을 해도 괜찮을까요?”
 “뭐든지 물어보세요. 의뢰를 받아주신다면 어떤 거라도 대답해 드릴 테니.”

 의뢰를 받아줄지 몰라 긴장한 것이리라. 당초 자칭 시녀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의뢰를 받아준다는 걸 알고는 천연의 부드러움을 전면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출처 : 小説を読もう!

원작 : とーわ

번역 : A.A.A(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