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토벌 후, 눈에 띄고 싶지 않아 길드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90화. 딸의 성장과 또 하나의 마왕국

 밤도 지나 시간은 12시 정각을 지났을 즘.

 나는 거실에서 내 무릎 위에 올라 타 있는 딸 같은 존재――인공 정령 소녀에게 내려 달라고도 못 하는 채, 반대편 소파에 앉은 미라루카와 왕녀 자매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설명을 구할 것도 없겠네. 딕, 너는 우리를 속였던 거야?”

 이 눈동자는――미라루카가 나와 아이린의 사이를 착각하여 거리를 두었을 적의 눈동자다. 감정의 흔들림이 전혀 없고 어디 기댈 수도 없는 이 느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딸의 정체를 밝히는 것도 얼굴에서 불이 올라 올 정도로 부끄럽다.

『미라루카의 마력도 들어 있었으니까 이 아이는 우리 딸 같은 거야.』

 그런 걸 진지하게 말하면 동요한 미라루카가 섬멸 마법을 사용해 길드 마스터가 반파되는 사태도 있을 수 있다. 내가 와서 천천히 개장을 진행해 완벽한 거처가 되어가고 있건만 이 타이밍에 박살나서야 정신적 피해가 만만치 않다.

 “그, 그게. 이 아이는 디 군의 딸이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그런 건 나도 알아. 누구 놀려? 나도 남자 혼자 아이를 만들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고.”
 “그, 그러니까 아니래두. 미라루카, 네가 상상하는 게 아니라……”

 “상상……? 내가 무슨 상상을 했다는 건데? 구체적으로 말해줄래? 맞으면 정상참작을 생가갷줄게.”

 나와 누군가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착각으로, 나는 청렴결백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걸 말해도 화내고 마리라. 그럼 어쩌면 좋을까――모두의 힘을 빌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이해시킬 수밖에 없다.

 “스승경. 더욱 혼란을 부를 뿐이니 설명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주도록. 미라루카 경, 진정하고 들어다오. 주인님은 그대를 속인 게 아냐.”
 “그, 그치만……이 아이는 딕을 닮았고 아까부터 계속 아빠아빠 하잖아. 또 꼴사나운 변명을 하면 섬멸해버릴 거야.”

 이제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여기서는 어떻게든 성의를 보일 수밖에 없다. 제대로 순서를 세우고 설명하면 알아줄 터이다.

 “기다려줘, 미라루카. 나는 거짓말 하는 게 아냐. 미라루카에게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고 있어. 그러니까 내 이야기를 들어줘.”

 나는 가만히 미라루카를 바라보며 말한다. 미라루카도 나를 바라보지만 눈을 껌뻑이고는 홱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그,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들어줘도 좋아. 왜 너하고 닮은 애가 있고, 너를 따르는 거야? 네 아이가 아니라면 이 아이는 대체 누구 아이고?”

 나는 ‘뱀’과 싸웠을 때에 모두의 마력을 모은 것. ‘레기온 버스트’로 다 쓰지 못 한 마력이 몸에 남았으며 내 용량을 넘어 넘칠 뻔한 것을 설명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마력을……그, 그럼 내 마력도 담겨 있다는 거야?”
 “그, 그래. 평소라면 ‘자그마한 혼’을 써서 내 의지로 움직이는 빛의 광구를 만들 수 있는데, 그게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에는 인간의 모습이 되어버린 거야.”

 설명을 끝내니 딸을 보는 미라루카의 눈매가 달라진다――당황한 기색은 역력하지만 시선은 부드러워졌다. 마나리나와 튀미스는 감탄하고 있다.

 “딕 님께 자제분이 있었던 게 아니었던 거군요……따님이지만 딕 님이 만든 정령이기도 한 거니까요. 그런 마법도 있었군요.”
 “저는 처음부터 믿고 있었습니다. 딕 경이 모두에게 비밀로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고요. 그나저나 정령이라……보면 볼수록 인간 여자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동감이다. 무릎 위에 앉아 얌전히 있는 소녀는 감촉도, 체온도, 인간과 별 차이가 없다――이렇게나 인간 그 자체여서야 정령이라도 자신의 딸이라는 의식이 강해진다.

 “아빠, 잠깐 괜찮아?”
 “응? 아, 내리려고? 어디 가려고.”

 딸은 내 무릎에서 내려 미라루카에게 걸어 간다. 뭘 하나 싶었더니――미라루카의 무릎 위에 털썩 앉아 버렸다.

 “뭐, 뭐야? 아빠 무릎이 딱딱해서 앉기 불편했어?”
 “아니, 언니도 내 엄마니까 어리광 부리고 싶어서.”
 “뮤……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네 엄마라고……?”

 그리고 미라루카는 깨닫는다――소녀의 머릿결은 은색이지만 그 끝자락이 미라루카의 색과 같은 금색으로 물든 부분이 있다는 것을.

 미라루카는 그 머릿결을 손에 얹고 관찰하고는 내 쪽을 보고는 귀까지 붉게 물들였다. 그런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시큼한 반응을 보면 나까지 붉어지고 만다.

 “……아, 아무래도…… 속였다는 건 내가 넘겨 짚은 모양이네.”
 “주인님이 그렇게 쉽게 함락될 리가 없다. 그건 나도, 모두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응, 그렇지. 디 군은……”

 스승은 어딘가 먹먹한 표정을 보인다.

 ――그녀가 아직 자신이 불로불사라는 것에 절망하고 있을 적. 단 한 번 실수를 벌일 뻔한 적이 있었다.

 그만큼 나를 소중히 생각해주는 것은 기쁘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모든 것을 가르치고 준 상대에게 영원히 이어지는 삶을 끝내게 하고 싶다고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때 거절하지 않았다면, 내가 스승의 바람을 들어주었다면 나는 지금도 후회하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스승은 이렇게 살아 주는 것을 택했다――그 가능성을 버리지 않아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비쳤는지 미라루카가 조금 당황한 모습으로 말을 걸었다.

 “……딕, 한 번쯤 물어보고 싶었는데……혹시 너 여성 공포증 같은 건 아니지? 내가 맨날 과격하게 말하니까……”
 “아, 아니…… 그런 건 전혀 아니지만. 그런 건 자연스러움이 중요하잖아. 여자가 무서웠으면 우리 길드는 남자 밖에 안 받았을걸.”

 내 설명에 마나리나와 튀미스가 납득이 갔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정말로 여자를 무서워하는 건가 싶었나 보다――낡은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남녀 관계는 평생 가는 것이니 서두르거나 초조해 하거나 그 자리의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그러네요……은빛 물병은 여성 비율이 더 높을 정도니까요.”
 “라이어도 이 길드는 여성이라도 녹아내래기 쉬워 일하기 편하다고 했습니다. 딕 경이 남녀 구분 없이 대해주시기 때문이라더군요.”

 여성이라고 길드에 들인 케이스는 한 번도 없고, 전부 능력을 보고 정한 것이다. 각지부에는 베테랑 남성도 많고 왕국 안의 모든 지부를 종합하면 남녀 비율은 비슷하리라.

 “……디 군, 엄청 훌륭한 마스터가 되었구나. 나보다 훨씬 그랜드 마스터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아, 아니……훌륭하다고 할까. 평범한 거라 생각하는데. 너무 과대평가 하지 말아줘. 나도 딱히 성인군자인 건 아니니까.”
 “……나는 충분히 성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만. 유혹해도 통하지 않고……무, 물론 나도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벨레누가 말이 헛나왔다. 그녀는 내게서 호부를 돌려 받기 위해 이따금 갑작스러운 ‘봉사’를 해서 나를 붙잡으려는 시기도 있었지만 요즘 들어 바빠져서 시간을 못 내고 있다. 하지만 줄리어스의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시작될 것 같기도 했다.

 “하아암……”
 “정령도 하품을 하는구나……딕, 사정은 들었으니까 네 벌은 없는 걸로 하겠어. 고마워 해.”
 “그거 참 다행이네. 역시 말하면 알아준다니까, 미라루카는.”
 “내 딸이기도 하니까 너무 짜증내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잖아.”

 딸은 줄곧 미라루카의 무릎 위에 앉아 있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리라. 스승과 벨레누가 조금 쓸쓸해 하고 있지만, 딸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어머니들에게 평등히 달라 붙는 거 아닐까 싶었다.

 “엄마들하고 좀 더 이야기해도 돼? 아빠에 대해 더 알고 싶으니까.”
 “음, 미라루카 경만 보고 있는 건 치사한 일이지. 나도 딸하고 놀아주고 싶어.”
 “디 군은 아이 이름이라도 생각해놔. 우리 어머니조도 생각해둘 테니까.”
 “으, 으응……나는 센스 없으니까 모두에게 맡겨두고 싶지만.”

 여성진이 스승의 방으로 향해 단숨에 조용해진다――고 생각했더니 욕실 쪽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아이린이 욕실을 빌리러 온 모양이다. 아이린에게도 딸을 소개해야 하지만 미라루카 때의 일을 생각해 보면 오해를 주지 않도록 제대로 설명해야겠지.

 ◆◇◆

 그대로 소파에서 딸의 이름을 생각하고 있으니 마치 자기 집인 것만 같은 포즈로 욕실에서 나온 아이린이 젖은 머리를 닦으며 다가왔다. 속옷 위로 잠옷 상의만 입고 있기에 낭비 없는 각선미가 눈에 들어 오고 만다.

 “아, 미안 딕. 밤중이니까 안 할까 했지만 역시 빌려버렸어.”

 아이린은 가까이에 살고 있기에 밤에 씻지 못 하고 잠들었을 때에 우리 욕실을 빌리러 오는 경우가 았있다. 우리 욕실은 화염 정령의 힘을 봉인한 마석의 힘으로 물을 끓이기에 시간도 수고도 덜 드는 것이다.

 “나도 일단은 남자니까 제대로 차려 입고 나와라.”

 “차려 입어? 아하하, 딕은 내 다리를 봐도 아무렇지 않잖아? 언제나 드레스 차림으로 싸우고 있고.”

 아이린은 셔츠 자락을 잡으며 소파에 앉지만 위태하기 짝이 없어서 나는 대체 뭘 참고 있는 건가 싶어진다. 나도 남자라는 이름의 늑대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시켜야 할가. 위협할 생각은 없고, 오니족에게 완력으로 이길 수도 없기에 아이린이 나를 경게하지 않는 것도 수긍은 간다마는.

 “그보다 약속했지? 올랜드에 심부름도 가줬겠다 답례를 받아야겠는걸~ 좀 조심스레 말해보자면 머리 말리는 것 정도는 괜찮지?”

 “보답은 할 거지만 일단 단추는 하나 더 잠구는 게 좋겠다.”

 “읏…… 딕, 다시 한 번 말해봐. ‘좋겠다’라는 표현, 평소보다 남자 같아서 좋았으니까.”

 “내가 잠가줄까? 관계 없는 곳을 만져도 불가항력이지만.”

 “미, 미안……”

 아이린은 순순히 사과하며 단추를 잠근다. 가슴이 끼는 건 알지만 열고 있으면 머리를 말릴 때에 보이고 말지도 모른다.

 그렇게 얌전히 기다리는 아이린을 보고 나는 독기가 빠졌다.

 “아, 아냐. 나야말로 미안해. 괜히 겁주는 거 같아서.”
 “어……왜,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나쁜 거니까 사과할 일 아닌데.”
 “뭐……뭐라고 할까. 그런 모습을 보이면 나도 의식하고 관계 없는 곳에 닿는 것도 그런 기분이 전혀 없다는 게 아냐. 그러니까 농담으로도 할 말이 아니겠지 싶어서.”

 그런 말을 들어도 아이린은 곤란할 뿐이라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녀의 뒤로 돌아 늘 그렇듯 열풍 마법의 온도를 조절하여 그녀의 핑크색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 박자에 언제나 만지지 않도록 하고 있는 오니 뿔 부분에 손이 닿고 말았다.

 “앗……디, 딕……거긴 안 돼……뿌, 뿔은 약하단 말야……”
 “어……그, 그랬던 거야? 미안, 약점인 줄은 몰라서……”
 “……약점이라고 할까……뿔은 귀신화 할 때에 힘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부분이니까 건드리면……”

 말하기 힘들다는 양, 뒤에 있는 나를 살피는 아이린의 동작이 평소와 달라 보였다.


 “……꼬, 꼭 만지고 싶다면……만져도 되는데……”
 “안 된다면 억지 부리지는 않을 거지만.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만지고 싶어지기는 하네.”

 뭔가 기대 받고 있는 것만 같아 나는 아이린의 자그마한 뿔――정말로 작고 조개로 만든 머리 장식처럼 만 보이는――를 톡하고 손가락 끝으로 건드렸다.

 “……읏……읏.”
 “살짝 만지면 괜찮은 모양이네……이게 도깨비 뿔인가……”
 “……딕……뿔 만지는 법 너무 좋아……깜짝 놀랐어……”

 살짝 쓰다듬은 정도건만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린은 피부를 붉이며 살짝 떠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뿔이 약한 부분이라는 건 종족의 약점이란 뜻이 아닌 걸까.

 “아, 아이린…… 머리 다 말렸어. 이 정도면 된 거야?”
 “으, 으응. 괜찮아……이제 아홉 번 정도 남은 거다, 내 빚.”
 “많기도 해라……랄 것도 없네. 뭐, 금방 다 쓰겠지.”
 “……다 쓰기 전에 또 빌려줄 테니까 사양 없이 빌려도 돼. 나는 한가하니까.”

 잘 마른 머릿결을 만지며, 아이린은 나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다들 스승의 방에 있건만, 그리 떨어지지 않은 것도 알건만, 나는 아이린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딕…… 무사해서 다행이다. 정말로 걱정했다니까……”

 그녀는 ‘뱀’과 싸운 후, 내가 의식을 잃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겠지.

 걱정 끼친 것에 대한 사죄와 감사. 지금의 아이린은 그런 말을 바라는 게 아니다.”

 돌아 본 채로 아이린이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내 손을 가만히 끌어――

 “앗, 또 엄마! 엄마, 아빠하고 뭐 하고 있었어?”
 “어……어?”

 아이린은 일단 목소리의 주인에 놀라고, 다음으로 엄마라 불린 것에 놀랐다.

 딸은 나를 부르러 온 모양인데――아이린은 딸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고는 긴 속눈썹을 껌뻑껌뻑 거렸다.

 “……으에에에에엣……!?”

 딸의 뒤를 쫓아 온 여성조는 아이린의 반응을 보고 자신 일처럼 부끄러워 했다.

 “……이유를 들었으니 이해는 가지만 역시……실질적으로 딕과 우리 아이라는 거니까……어, 엄마라고……부르게 해야 하는 걸까.”
 “제 마력도 썼다면 제 딸이기도 했을까요……?”
 “언니,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딸이 태어났다는 걸 아버님께 알려지면 그야말로 딕 님께 왕위를 넘기고 은퇴하실지도 모릅니다……!”

 이 나라의 왕위는 그런 걸로 움직이고 마는 걸까. 그렇게 지적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폐하가 내게 왕위를 넘기고 싶다고 말한 건 사실이기에 부정할 수 없었다.

 “잘 부탁해, 아이린 엄마♪”
 “……앗, 여기 머리 끝자락이 나랑 똑같은 색이야…… 오니족 아니면 이 색이 안 나오는데……”

 이 반응은 다른 모두가 했겠지만, 이건 필요한 통과 의례이리라. 하지만 셰리의 흑발은 들어가 있는 모양이지만 지금 보내 내 색이 섞여 있지 않는 것 같았다.

 “게다가 딕하고 눈동자색이 같아……아빠하고 엄마……딕하고 나……”

 그렇게 생각햇더니 눈이 나랑 똑같다는 것 같다. 확실히 보고 있으니 기시감이 느껴지는 색이다.


 “아……뭐라고 할까. 아마 그 아이는 귀신화에 가까운 것도 가능할 거야. 아이린의 힘도 가지고 잇는 거니까.”
 “여, 역시 그런 거야? 우리 딸……하, 하지만 나하고 딕이 그런 것도 안 했는데 딸이 있는 건 역시 이야기 비약이 심하다고 할까……”
 “말하자면 그 아이는 우리와 주인님의 힘이 집결한 존재다. 물론 본체인 주인님 정도는 아니지만 SSS 랭크를 뛰어 넘는 힘을 가지고 있겠지.”
 “아이린, 이 아이는 우리의 딸이니까 다 같이 소중히 기르자. 이제 막 태어났지만 우리의 정신성을 조금씩 이어 받아 정말로 착한 아이니까.”


 정신성――문제가 있는 부분만 이어 받은 건 아닐까. 약간 걱정이 되지만 척 보아, 나도 밝고 솔직한 아이라 생각한다.

 나도 아버지로서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스승의 말처럼 진짜 갓난아기와 달리 막 태어났음에도 우리에게 이어 받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 인격도 착실히 형성되어 있는 듯하지만.

 “딕 아빠,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말해줘. 나는 아빠를 돕기 위해 태어난 거니까.”

 망설임도 없이 그런 말을 하는 우리 딸. 하지만 나는 단 하나. 중요한 걸 확인해야 했다.

 “너는 내 마법으로 태어났지만……모든 걸 나를 위해 생각하지 않아도 돼. 하나의 인격을 가진 존재로서 하고 싶은 걸 찾아 해줬으면 해. 물론 우리와 함께 살거고. 태어났으면 가족이잖아.”


 인공 정령 소녀는 내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어린 외견을 하고 있지만 내 말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고마워, 아빠. 하지만 나는 아빠가 좋으니까, 아빠 마음은 고맙지만 처음에능 역시 아빠를 위한 일만 생각하고 싶어. 나는 엄마들의 마음도 모두 모아 태어난 거야.”

 ――이 아이는 정말로 내가 만든 존재일까. 너무나도 솔직하고 일직선이며 부모를 아낄 줄 안다.

 난생 처음 느끼는 이 감정은 부성에 눈을 뜬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뿐이 아니다. 다른 모두다 마찬가지였다.

 미라루카가 걸어 와, 뒤에서 소녀를 꼭 껴안았다.

 “미라루카, 엄마 따듯해……왜 그래?”
 “……어린애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이렇게 기특한 딸이면 지켜주고 싶어지잖아.”
 “에헤헤. 고마워, 엄마. 나, 엄마의 마법도 반 정도는 쓸 수 있어. 나중에 같이 섬멸하자.”
 “읏……”

 지금 건 미라루카가 딸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리라. 매우 감격해 있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나도 섬멸 마법의 실험에 불린 적이 있어서 예정에 맞춰 어울리고 있지만, 그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로는 전혀 만족하지 못 하는 것이다.

 “……딕, 이 아이를 가끔 집에 데리고 가도 돼?”
 “으, 으응. 그건 상관 없지만…… 슬슬 이름을 붙이는 편이 좋으려나. 이 아이니 딸이니 하는 것도 애매하잖아.”

 나도 생각은 했지만 이렇다할 이름은 떠오르지 않는다. 다들 이미 뭔가 후보가 있는지 스승이 대표하여 말했다.

 “그거 말인데, 그리 고민할 것도 없이 하나 떠올랐어. ‘스피어’라는 이름이 좋겠다고.”
 “스피어……천구? 아니면 달인가.”

 스피어라는 말은 고대 용법과 지금 용법은 미묘하게 다르다. 알베인에서는 기본적으로 커다란 구체를 가리키는 단어다.

 “이 아이, 목 뒤에 ‘정령장’이 있어. 봐봐, 달 모양을 하고 있지?”
 “정령장……고유 정령이나 정령의 왕만 가진 인장인가. 확실히 달 같은걸.”
 “……아빠, 마음에 들었어? 내 이름……”

 정해 놓았건만 밝히지 않았던 것은 내 의견을 듣고 싶었던 것이리라.

 나는 딸 앞에 무릎을 꿇고 자세를 낮추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햇다.

 “좋은 이름이네. 스피어, 앞으로 잘 부탁한다.”
 “아……”

 스피어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 하고 있다. 기쁘지만 그걸 어떻게 말로 해야 할지 몰랐다.

 “……아일릭은 어때. 조금 멋있지 않아?”
 “아이린 엄마하고 아빠의 이름을 섞은 거야? 나는 그렇게 불려도 좋아.”
 “후에에엥……정말로 좋은 아이야. 으응, 괜찮아. 나만 새치기할 수도 없고.”

 스피어는 아이린의 앞에 와서 머리를 쓰다듬는다――스피어는 부끄러워 하면서도 머리를 숙이고 아이린의 손놀림을 받았다.

 그리고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벨레누가 뭘 하고 있었나 싶었더니, 모두를 위해 야식을 준비해주고 있었다.

 “가벼운 것이지만 전에 주인님에게 배운 ‘투명한 면’을 만들어 보았다. 국물 내는 법도 배운대로 했어.”

 투명한 면은 정식적으로는 ‘피스타 면’이라 부른다. 피스타 지방이라는 땅이 원산지인 녹색 콩으로 만들어지는 건면으로, 삶으면 투명해지는 게 특징이다.

 밀가루 파스타하고는 다른 탄력 있는 식감이 특징으로, 물면 절묘한 감촉으로 툭하고 잘린다.

 이걸 다양한 국물에 넣어 먹는데 ‘은빛 물병’에 내놓을 때에는 해조와 조개 등으로 국물을 내, 거기에 삶아 보존하던 닭 국물을 더한다. 나중에 삶은 면을 더해 장식으로 허브 잎을 뿌리면 완성이다.

 “음……그러고 보니 인공정령이라도 뭘 먹을 수 있는 건가. 마력을 받아 식사로 삼나?”
 “아니, 물질화 햇으니까 먹을 수 있어. 곧장 힘으로 바뀌어 버리지만.”
 “그런 건가…… 그럼 다행이군. 머릿수에 맞춰 만들었으니 남아서는 쓸쓸해.”

 벨레누는 솜씨 좋게 커다란 접시를 양손으로 들고 왔기에, 모두가 접시를 받아준다. 식욕을 재촉하는 향이 퍼진다.

 “평소에 야식은 자제하고 있습니다만……이 향에는 이길 수 없을 것 같군요.”
 “은빛 물병은 언제나 우리가 모르는 요리를 가르쳐주셔서 부끄럽지만 늘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나리나와 튀미스도 마음에 들었는지 자리에 앉아 모두와 같이 먹기 시작한다. 포크로 돌돌 말아 먹으면 면을 빨아 들이는 소리가 나지 않으니 품격을 중요로 하는 왕녀 자매라도 문제 없이 먹을 수 있으리라.

 “스피어, 아~ 해볼래?”
 “응♪ 고마워, 림세리트 엄마.”
 “두 사람 모두 은발이니 부모란 느낌도 강한데……림세 씨를 작게 한 것 같지 않아?”
 “이 사람은 딕의 스승이니까 마력을 공급할 때도 비율이 크지 않았을까. 마력의 파장이 가까울수록 공유 효율도 좋아지고.”

 그때 흐른 마력 속에 누구의 것이 가장 컸는지는 비교할 것도 없이 모두에게 모든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심정은 제쳐두고 스피어의 돌보는 스승은 기뻐 보여서――나도 어릴 적에 스승의 뒤를 쫓던 시절을 떠올렸다.

 ◆◇◆

 다음날 아침, 나는 자기 방에서 잠에 들었을 터인데도 다른 장소에서 눈을 떴다.

 “……쿨……쿨……”


 눈앞에는 무방비하게 자고 있는 아이린의 모습이 있다. 아이린은 창문으로 들어 오는 태양빛에 반응했지만 아직 일어날 기척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스승의 방 침대다. 스승, 스피어, 아이린이 함께 자고 있었을 터인데, 스승과 스피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대체…… 어라? 어쩐지 몸이 작아진 듯한……’

 이 감각은 ‘자그마한 혼’에 의식을 옮겼을 때와 닮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른 것은 내 몸이 반딧불이가 아니라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후아아암, 아빠, 안녕ー”

 내 몸이 멋대로 목소리를 낸다. 그래――내 의지는 자고 있는 사이에 스피어에게 옮겨 버린 것이다.

 ‘읏……어, 어떻게 된 거지…… 미안, 당장 본체로 의식을 돌려 놓을 테니까……!’

 “아냐, 아빠는 좀 더 쉬어야 하나 봐. 그러니까 림 엄마가 아빠의 몸을 지켜봐주고 있어.”

 ‘……후유증이란 건가. 스승에게 또 신세를 끼치고 있는걸……스피어, 스승에게 가줄래?”

 “아……그, 그건 안 돼. 림 엄마는 괜찮다고 할 때까지 보면 안 된다고 했어. 보면 부끄럽다고 했어.”

 스승은 대체 내 몸에 어떤 치료를 하고 있는 걸까――그렇게나 부끄러워 한다는 건 어쩐지 상상이 가버린다. 스승이라고 해도 거기까지 해줘도 되는 걸까 싶다.

 “……음……으응. 어라……? 스피어, 누구하고 이야기했어……?”

 ‘우왓……!’

 아이린에게는 단추를 잠그라고 그렇게나 말했건만, 자고 있는 사이에 옷 앞이 크게 벌어져 있다. 가슴이 답답할지도 모르겠지만 스피어의 시야를 빌려 고스란히 보이고 말았다.

 “아이린, 엄마. 안녕ー”

 “안녕……아후. 기분 탓인가? 어라, 림세 씨가 없지 않아……?”
 “림 엄마는 잠깐 자리를 비웠어. 아이린 엄마는 아침이 될 때까지 자도 돼.”
 “……응. 알았어……고마워, 스피어……”

 아이린은 다시 이불을 덮고 숨소리를 내며 자기 시작한다. 스피어가 똑똑한 아이라 다행이다……사정을 설명하는 건 꽤나 어려웠을 테니.

 “아빠, 미라루카 엄마에게는 뭐라고 해야 좋을까?”

 어찌 되었든 제대로 얼버무릴 수 없으니 ‘뱀’ 토벌의 영향이 아직 남아 있어 스승이 몸을 보고 있으며, 그 동안은 의식을 스피어에게 옮겨 놓았다고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아침 자리에서 그 요지를 모두에게 설명하니 모두 내 몸을 걱정해주었지만 스승이 붙어 있다는 걸 알고는 안심해주었다. 일부는 얼굴을 붉히도 했지만.

 “주인님, 정보부에서 보고하고 싶은 게 있다는군. 조금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스피어의 모습으로 보고를 받을 수밖에 없겠군.”

 “아빠, 내가 가도 돼?”

 ‘뭐, 문제는 없겠지. 사쿠야 씨는 내 ‘자그마한 혼’을 본 적이 있으니까 나라는 건 믿어줄 거야.’

 “너도 참 힘들겠어……역시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 무슨 일이 있으면 도와줄 테니까 언제라도 말해.”
 “저희도 딕 님께 전면적으로 협력하라고 아버지께서 그러셨습니다. 뭐든지 말해주세요.”

 스피어의 안에 있는 상태로도 염력 대화로 대화는 할 수 있기에, 나는 미라루카와 왕녀 자매에게 대답을 했다.

 ‘아직은 괜찮지만 기룡전은 세 사람 모두 관전하게 될지도 몰라. 앞으로 육 일 남았으니까 북쪽 협곡으로 가서 준비를 해줘.’

 “몰라가 아니라 나도 물론 동행할 거야. 용에 같이 태워달라고는 안 할 테니까 안심해도 돼. 엘세인쪽이 만약 부정을 저지르면 벌도 해야 하고.”
 “미라루카 엄마들이 봐주면 듬직하겠네, 아빠.”

 ‘그러게. 스피어도 알 거라 생각하지만 엄마들은 왕국에서도 최강 멤버니까.’

 “읏……아무렇지 않게 ‘엄마들’이라고 부르지 말아줄래. 사실이니까 부정은 안 하겠지만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설명하기 곤란하잖아.”

 ‘그, 그래……미안하다. 내가 배려가 부족했어. 알았어. 조심할게.”

 “아빠하고 엄마가 진짜 아빠 엄마가 되려면 아직 멀은 것 같네.”
 “……스피어, 너는 그런 기분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만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하고 모두하고 딕이 네 진짜 부모니까 나는 네 진짜 엄마인걸.”
 “응, 알았어. 엄마……앗……”

 미라루카는 자세를 낮추어 스피어를 껴안는다. 스피어는 웃어 보이고, 미라루카의 등에 손을 뻗어 꼬옥 옷을 잡았다.

 그러니 나도 껴안아지는 것만 같다. 물론 말은 않는다. 스피어에게 깃들어 있으면 평소에는 할 수 없는 경험을 차례로 하게 될 것 같았다.

 ◆◇◆

 칠번 거리에 있는 마차의 왕도 중앙역에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 장소 가까이에 정보부의 거점이 있다. 은빛 물병과 별개로 둔 것은 그 길드 하우스만으로는 모은 정보의 자료를 모아 놓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상점이 줄지은 구역에 있는 석조 2층 건물. 본래는 고서점이었던 건물을 구입하였기에 입구에는 서점이었던 당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위장을 위해 구태여 개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가게 문을 여니 카운터 안에 토끼 귀를 한 수인 여성이 있다――사쿠야 씨다.

 “……당신은……죄송합니다. 이곳은 관계자 이외에는 입점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딕 아빠의 딸로 인공정령 스피어입니다. 사쿠야 언니, 아빠가 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인공정령……이야기로 들은 적은 있습니다만 마스터는 그런 연구도 하셨던 건가요?”
 “그건 아버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아버지는 의식만은 제 안에 있어요. 몸 쪽은 집에서 쉬고 있고요.”

 ‘놀래켜서 미안, 사쿠야 씨. 내 본체는 지금 움직일 수 없지만 스승이 보고 있으니까 곧 좋아질 거야. 스피어를 내 대리로 대해줘.’

 언제나 감정의 움직임이 적은 사쿠야 씨지만 긴 토끼 귀가 작게 움직이고 있다. 그건 사쿠야 씨가 관심을 보일 때에 드러내는 동작이었다.

 “솔직히 말해 놀랐습니다만……마스터가 이 아이 안에 있다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염력 대화만으로도 판별할 수 있는 거군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그래서 보고란 건 뭐야?’

 “그럼 안쪽으로 오시지요. 그곳에서 리자 씨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쪽 방에는 미팅용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리자는 예의 바르게 자리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스피어의 모습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라……? 사쿠야 씨, 그 여자아이는……?”
 “처음 뵙겠습니다. 스피어 실버입니다. 딕 아빠의 딸입니다.”
 “히에에엑……따, 딸!? 숨겨 놓은 아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해봤지만 정말 있으면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딸이라 해도 좋을 존재지만 일단은 정령입니다. 마스터의 의식이 안에 있으니 결례가 없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됐으니 부탁해. 놀래켜서 미안해, 리자.’

 “앗, 정말로 마스터의 목소리가……마도구로 익숙해져 있지만 염력 대화는 간지럽단 말이죠. 그럼 일단, 스피어 양,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리자 언니.”
 “……정말로 마스터의 딸인가요? 솔직해서 좋은 아이인 걸요.”

 ‘나도 솔직하거든, 아마도. 일단 이야기를 들려줘.’

 “아, 그거 말인데요……여러분이 미궁 탐색을 하는 동안에도 정보부에는 온나라의 정보가 들어와 저도 그 처리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벨베키아 너머에 있는 마족의 나라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네요.”

 알베인 왕국의 서쪽에 잇는 벨베키아 공화국. 이 나라를 공격하려 했지만 우리에 의해 침공 계획이 좌절되어 한동안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벨베키아에는 엘세인과 다른 마왕국이 접해 있다. 벨베키아는 그 위협을 견디지 못 하고 신천지를 찾아 엘베인을 공격하려 했다. 마족보다 인간이 상대하기 쉽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건 우리나 고랭크 모험가의 존재를 적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마왕국은 벨베키아를 속국으로 삼는 불평등 맹약을 맺고 일 년에 두 번 정도 공물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도 또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아서……”

 ‘밀정을 보냈다던가, 그런 건가?’

 “밀정이라는 확증은 없지만 왕국 북서쪽 마을에 잇는 지부에서 보고가 잇었어요. 마을 가까이의 상공을 평소에 보지 못 하는 용이 지나고 있었다네요.”
 “알베인 남동쪽 화산대에 있는 화룡이 아니라 마물이 서식하는 지역을 좋아하는 용입니다. 위장으로 화룡으로 속였지만 척 보아도 비행하는 모습이 달랐다네요.”

 ――마물이 사는 땅의 증기를 좋아하는 마왕국에 있는 미궁을 둥지로 삼는 용종. 흑룡.

 엘세인 이외에도 흑룡을 생식하여 군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왕도 북서를 지난 흑룡이 어디로 향했는지가 문제가 된다.

 “아……미안해, 스피어. 어려운 이야기해서.”」
 “아빠에게 중요한 이야기는 저도 알 수 있어요. 아빠는 어쩌면 그게 검은 용이라면 엘세인으로 날아가 나쁜 짓을 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하셨어요.”
 “맞아요. 저희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래도 곧장 엘세인으로 가지 않고 북쪽으로 빠져 나갔다는 모양이지만요.”

 ‘우회 정도는 하겠지. 그 흑룡에 누가 타고 있었다면る……갑자기 엘세인의 왕이 찾아 온 건 그게 이유였을지도 몰라.”

 “마왕국끼리 연계하여 알베인을 공격하려 했다……는 건가요?”

 ‘아마 엘세인은 이용된 거야. 우리에게 보낼 양동대 정도로 보고 줄리어스를 선동한 거겠지.”

 즉 엘세인 안에 들어간 자가 있다. 그 용기사들 사이에 섞여 있었을까. 아니면 달리 있었을까.

 나는 줄리어스의 요청을 받아주었다. 그게 적측에게 전해졌다면 벨베키아를 협박하는 마왕국은 반드시 기룡전에 맞춰 행동한다.

 “……앗, 그, 마스터. 엘세인과 맞서는 날이 언제였죠?”

 ‘앞으로 엿세 후야. 그게 왜?’

 “마스터 지금 상태가 만약 그때까지 이어지면……알베인 대표로서 마스터가 출장하게 되면 그 모습 그대로 나가야 한다는 뜻인데……”

 ‘……그때까지 내가 컨디션을 되찾지 못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가능성은 확실히 있네. 만약 그러면 스피어의 모습으로 나갈 거야. 내 화룡은 내가 어떤 모습이라도 알 수 있으니까 괜찮아.”

 “네, 제가 아빠를 대신해 나갈게요. 아빠가 있으면 든든한 걸요……앗, 아빠. 나도 좀 어른스러운 편이 좋으려나? 대표로 나가는 건데 어린애 같으면 안 되잖아.”

 ‘그, 그래……할 수 있겠어?’

 스피어는 나만이 아니라 모두의 정신성도 이어 받았다. 그런 그녀가 전력을 내면 어떻게 되는가――

 스피어는 일단 눈을 감고 스윽 다시 한 번 뜬다. 그때에는 이미 순수한 소녀가 아닌 ‘어른’이 되어 있었다.

 “……걱정 안해도 돼. 딕, 님. 당신 딸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가볍게 마왕 줄리어스를 이겨 보일 테니까.”

 얇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스피어. 이 행동은 어머니 중 한 명을 연상케 했다.

 “굉장하다. 스피어 양은 그런 느낌으로도 할 수 있는 거군요. 확실히 어른은 부모를 벗어나기도 하니 괜찮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쩐지 미라루카 씨의 행동하고도 닮아 있네요. 미라루카 씨는 절대 ‘님’을 붙일 거 같지 않습니다만.”

 사쿠야 씨는 나와 비슷한 감상을 품고 있는 듯했다. 모든 어머니를 흉내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엔느 미라루카를 베이스로 한 것이겠지.

 “……딕 님…… 아빠라고 부르는 거랑 전혀 달라. 엄마들도 이런 기분인 걸까……”
 “사쿠야 씨, 이거 혹시 금단의 사랑 같은 거 아니에요……?”
 “사람으로 태어난 정령은 창조주를 최고라 생각하고 사랑한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즉, 그런 것이겠지요.”

 ‘아, 아니…… 멋대로 납득해도 곤란한데. 스피어, 쥴리어스의 앞에서만 하면 돼. 어른스러운 건.’

 “아냐, 나도 어른이니까 독립해야지. 잘 부탁해, 딕 님.”

 딸이 독립하는 기분을 고작 반나절만에 맛보게 될 줄이야. 뭐, 내가 부모란 건 마찬가지이니 앞으로 ‘아빠’ 소리를 못 듣는 것도 아니지만.

 “하아~ 그건 그렇고 이 아이……어쩐지 마스터의 가까에 있는 미인씨들의 좋은 점들을 하나로 합친 것 같네요.”
 “……그런 사정은 나중에 들을까요. 마스터도 참 바쁘시군요.”
 “정말 글러 먹었다니까요, 딕 님은.”

 ‘스, 스피아 무슨 말인지나 알고……아니, 그렇지. 알고 있겠지.’

 아이 같은 건 외견 뿐으로 지식은 어른에게 밀리지 않는 것이다. 점점 정신면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갖춘 지식을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죄, 죄송해요, 딕 님. 한 번 말하고 싶었을 뿐이지 아빠가 성실하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그, 그런가요. 이건 여성 길드원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네요.”
 “그만하세요, 리자 씨. 확실히 좋은 소식일지도 모르지만 마스터께도 남성의 긍지란 게 있으니까요.”

 사쿠야 씨는 리자를 견제해주고 있지만 조금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귀도 내려와 있어 꽤나 부끄러운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내 긍지를 지켜주려 하는 것이다.

 스피어는 그런 사쿠야 씨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나 싶었더니……”

 “저기 사쿠야 씨…… 안 된다고 하면 억지는 안 부릴 건데 그 토끼 귀 만져 봐도 되나요……?”
 “읏……아, 안 됩니다. 달토끼 족의 귀는 섬세해서 조금 비에 젖는 것만으로도 영향이 나니까……그, 그래도 꼭 만지고 싶으시다면 조금만……”
 “와이♪ 그럼 만질래요! 우아아, 몽실몽실……부드러워……”
 “읏……마스터, 제 반응을 보지 말아주세요. 마스터라 해도 보여드릴 수 없는 모습도 있으니……음……”

 ‘괘, 괜찮아……나는 아무것도 안 보고 있으니까.’

 사쿠야 씨는 앉은 채로 고개를 숙여 귀를 스피어에게 내밀고 있다. 내게도 그 감촉이 전해진다. 버릇이 될 것 같은 부드러움이다.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는 건 지금 상태로는 무리지만 보지 못 한 걸로 해두자. 귀는 정말로 약한지 사쿠야 씨의 얼굴이 붉어져 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걸 보면 상당한 감각인 듯 싶다. 아이린도 그렇고 인족 이외에는 이런 약점이 많은 걸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 같은데……마스터, 결국 어쩌실 거죠?”

 ‘그래. 방침을 정해야지. 모든 지부에 기룡전 날은 상공을 감시하도록 전해줘. 적이 날아 온다는 보고를 받으면 우리 동료에게 맡길 테니까.’

 공중에서 적이 공격해도 코디의 힘으로 대항할 수 있다. 보고가 있던 지부에 전이진으로 날아가, 그곳에서 광검으로 요격하면 된다.

 그리고 시합 기일까지 스피어의 안에 있어도, 원래 몸으로 돌아가도, 실제로는 아무래도 좋다. 모두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스피어에게도 SSS 랭크의 힘이 있기에 줄리어스와의 대전에도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 마스터…… 슬슬, 귀를 놓아주시겠나요……”
 “좀 더 만지게 해줘. 딕 님도 그러고 싶어하니까.”
 “미라루카 씨의 말투가 되면 뭔가 공격적이 되는 것 같네요……아, 하지만 사쿠야 씨, 슬슬 정말로 안 될 것 같은데요?”
 “나, 남 일이라고……스, 스피어 님……그, 그만 용서해주세요……”
 “후후……이렇게 간지러워 하는 사쿠야 씨, 귀여워……♪”

 ‘스피어 부드럽게 해줘…… 너무 어른이 되었잖아.’

 ‘아빠가 해보고 싶은 거 나도 해보고 싶어서. 안 돼?’

 ‘……뭐, 적당히 하자. 내가 사쿠야 씨의 귀를 만지고 싶어하는 건 절대 비밀이다?’

 ‘네♪ 후후후, 하지만 정말 기분 좋아…… 계속 만지고 싶을 정도로.’

 아쉬워 하는 모습으로 사쿠야 씨의 귀를 놓는 스피어. 겨우겨우 버텨낸 사쿠야 씨는 힘을 빼면서도 못 말리겠다는 양 스피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