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이세계 미궁에서 노예 하렘을 – 할머님

213. 이세계 미궁에서 노예 하렘을 – 할머님

「으음. 무슨 일로?」

공작이 내 어깨를 잡고 놓지 않는다.

아프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무얼, 그냥 인사일세, 인사. 이제 와서 돌려달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 그건 안심해도 좋네. 세르마 백작을 폐한 하르츠 공작으로서의 여의 판단에 이견을 달게 할 생각도 없네.」

공작이 가슴을 폈다.

애써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할까,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할까.

「그냥 인사라면 도망칠 것도 없는 게 아닌지.」

「따, 딱히 여는 도망칠 생각 없네.」

도망치지 못하도록 어깨를 붙잡혀 있는 건 나다.

「그냥 인사라면 무서워할 것도 없는 게 아닌지.」

「누, 누가 무서워 하고 있다는 겐가.」

역시 떨고 있구만.

백작 영애인 루티나를 노예로 만든 건 역시 실수가 아니었을까.

세르마 백작은 몰락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친족이 불만을 나타낼 줄이야.

「어머, 미치오님. 잘 오셨어요.」

고민하는 차에 카시아가 들어왔다.

뒤에 고스라가 있다.

고스라가 불러온 거겠지.

「그럼 전 이만.」

「…….」

「음. 이번엔 미치오 공과 관련된 이야기니까요.」

도망치는 거냐고 고스라에게 시선으로 따져 묻자, 변명을 남기곤 도망가 버렸다.

고스라 녀석.

고생꾼의 존재가치는 고생하는 것에 있건만.

참고로, 공작도 불만스런 눈으로 고스라의 등을 쫓고 있다.

공작이여, 잘했다.

상으로 고스라에게 민폐를 끼칠 권리를 주마.

「미치오 님, 제 일족 여성들의 장이, 루티나를 소유한 미치오 님과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해요. 지금부터 함께 가주실 수 있을까요?」

「면회인가요.」

카시아에게 부탁받으면 거절할 수가 없지.

「아무 것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상냥한 할머님이니까요.」

옆의 공작이 카시아는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고개를 좌우로 격하게 젓고 있는데.

친족에겐 상냥하다는 걸까.

일족이라는 게 어디서 어디까지를 가리키는지 모르기 때문에, 공작이 일족에 포함돼 있는지 모르겠다.

여성에겐 상냥하다는 걸지도.

「수장과 만나는 거라면 루티나도 데려가는 편이.」

「아뇨, 괜찮아요. 수장이 만나고 싶다고 한 건 미치오 님 뿐이니까요. 루티나를 데려가서 괜히 향수를 일으켜도 안 되고요.」

「그렇군요.」

「괜찮네. 잠깐 가서, 잠깐 인사하고 올 뿐이니까. 힘내서 다녀오면 되네.」

공작이 내 어깨를 두드린다.

아무래도 산제물은 나 하나인 모양이다.

아까는 도망칠 생각 없다고 해 놓고는.

아니. 그냥 인사야, 인사.

「지금부터?」

「가벼운 인사만 하고 끝이니 말이지.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 인사를 하고 싶다면 만찬에 초대를 받았을 테니.」

「지금부터 가요.」

「그렇지.」

공작이 씨익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뭔가 배알이 꼴린다.

「공작님은 가지 않으십니까?」

「아니, 여는 바쁘……..」

「아쉽군요. 뭐, 수장께는 성에서 한가롭게 있었으면서 오지 않았다고 전해두면…….」

「여도 물론 함께 갈 걸세.」

바쁘다고 미처 다 말하기도 전에 불쑥 내뱉자, 서둘러 발언을 정정한다.

공작의 약점을 발견했다.

뭐, 나한테도 약점이 될 것 같지만.

「안 간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다름 아닌 미치오 공과 카시아를 위한 걸세. 여가 빠질 수는 없지.」

「단순히 인사일 뿐이라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텐데.」

「괘, 괜찮네.」

공작이 카시아에게 해명하고 있다.

미인인 처의 일족의 장이라서 매정하게 대하지 못하는 거다.

「모험가가 먼저 로비에 가 있으니 그곳에서 미치오 님도 파티에 들어가 안내받도록 해요. 갈까요?」

「예.」

카시아를 따라 로비로 향했다.

공작이 뒤에서 원망스런 눈으로 노려보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무시한다.

원망은 도망친 고스라에게 향하는 게 옳다.

록산느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왔지만 파티를 해산하는 건 느낄 테니, 아마 시간이 걸릴 거라고 판단할 게 틀림없다.

정말 가벼운 인사로 끝이라면 문제는 없겠지.

가벼운 인사로 끝날지 어떨지는 별개로 치더라도.

날 불러낸다는 건, 한 마디로 루티나를 데려간 남자가 어떤 녀석인지 봐둬야겠다는 의미겠지.

답 없는 녀석이면 죽여서라도, 라는 전개도 있을 법하다.

카시아나 공작도 함께니까 느닷없이 이상한 짓을 당하진 않겠지만.

보험을 걸어둔다는 의미에서도 공작을 데려온 건 정답이었다.

로비에 있던 모험가의 선도로, 보데의 성에서 어딘가로 이동했다.

도착한 곳도 역시 어딘가의 성이나 저택인지, 훌륭한 건물 내부다.

일족의 장이라고 할 정도니까 저쪽도 귀족이겠지.

「카산드라 님께 알현을 청하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모험가가 용건을 전하자, 저쪽 소속 기사단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응대한다.

한 명이 소식을 전하러 달려가고, 한 명이 대합실 같은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것 같다.

이런 게 보통이겠지.

공작은 집무실에 있으니 알아서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는 하르츠 공작가의 대응은 어떻게 돼 먹은 건지.

뭐, 이번엔 공작과 공작부인이 함께니까.

공작에게 실례를 범할 수는 없겠지.

저쪽에서 보자면, 나 같은 건 공작의 호위 중 한 명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을 거다.

실제로 파티 멤버 여섯 명이서 왔으니까, 남은 두 사람은 공작과 공작부인의 호위일 테고.

공작과 카시아를 따라 회랑을 걸었다.

「바로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합실이 아니라 이쪽으로 와 주시죠.」

도중에, 아까 달려갔던 사람이 돌아와서 길을 바꾼다.

이런 것도 공작을 데려온 이점인가.

역시 공작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거겠지.

내가 공작과 만날 때 기다린 적은 없지만, 그건 역시 공작이 별난 게 아닐까.

성질이 너무 급하다.

보통은, 평민이 귀족과 만날 땐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게 보통일 거다.

그것도 몇 시간이나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취업 활동에선 압박 면접의 일환으로, 면담하러 온 사람을 장시간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고교 선생님께 들은 적이 있다.

그럴 때 당황하지 말라는 말도.

대합실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면, 본인이 위라는 걸 깨닫게 해줄 수 있다.

귀족이 평민에게 하기 딱 어울리는 행동 아닐까.

귀족에게도 서열은 있다.

어쨌든 공작은 세르마 백작의 자리에 있던 인물을 바꿔버릴 수 있을 정도다.

제국의 서열이 정확히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공작을 장시간 기다리게 할 수 있는 건 황제 정도가 아닐까.

그런 공작이 함께 있으니 우리도 기다릴 필요 없다는 거지.

「이쪽으로.」

어떤 방에 도착하자, 문이 열리고 안에서 사람이 나와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라기 보단, 뭐, 공작과 카시아겠지만.

먼저 호위가 안에 들어간다.

공작은 두 번째다.

성질 급한 공작으로선 별일이라고 할까, 역시 그런 부분은 확실히 한다고 할까.

아니면 카시아 일족의 장이 있는 방엔 들어가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코찔찔이 꼬맹이 브로캔 도령 아닌가.」

「격조했나.」

카시아를 따라 방에 들어가자, 공작은 어느새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상대는 할머니다.

정정하다고 할지, 쇠약하다고 할지.

모순됐지만, 딱 그런 느낌이다.

켁. 107세…….라니.

첫 인상은 틀리지 않았다.

감정에 따르면 카산드라 씨는 107세인 모양이다.

그런 느낌을 받을 만도 하네.

아마 107세인 것 치고는 상당히 건강한 거겠지.

아직 원기왕성하다.

한편, 107세 쯤 되면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몸이 따라주지 못한다.

체구도 작아져서 조용히 있으면 빌려온 고양이 같은 느낌일 거다.

정정하지만 쇠약해 보이는 이유다.

107세니까 어쩔 수 없지.

숨을 쉬는 것만 해도 신기한 나이다.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라도 해도 된다.

이만큼 살았으니 일족의 장일 법도 하지.

「카시아도 건강해 보여 다행이구나.」

「카산드라 할머님도 건강해 보이세요.」

할머님인가.

확실히 할머님이다.

「카시아도 결별하고 싶어지면 언제든 말하거라.」

「무슨 말을 하나.」

「장난이라면서 일족 젊은 아이의 입욕을 훔쳐보려던 에로 꼬맹이와 결별하고 싶어질 수도 있지.」

「어, 언제적 이야기를 하고 있나. 여가 아직 사리분별도 못하던 시절 아닌가.」

공작이 진땀을 흘린다.

근데 그런 짓을 했던 거냐.

나도 엿보고 싶다.

「그러고 보니 그 때는 자면서 이불에 지도를 그렸다던데, 그건 고쳤는가?」

「그러니까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것이냔 말이다.」

「엿보려다 어이없이 붙잡혔을 때도 아이가 한 짓이니 볼기짝 몇 대로 용서해 준 온정 가득한 내게 태도가 그게 뭔가.」

공작은 엉덩이 팡팡을 당했구나.

성급한 공작이니까,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않았을 게 틀림없다.

공작이 어째서 오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 알겠다.

영웅도 고향에선 영웅이 아니다, 라는 거지.

나이를 먹어 아무리 대단해진 사람이라도, 어렸을 적 놀아주고 기저귀 갈아주던 사람이 보면, 그 사람은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짐은 타고난 쇼군이다 라고 떠들었던 도쿠가와 이에미쓰도, 유모인 가스가노 쓰보네에겐 위엄이 살지 않았겠지.

공작과 할머님의 관계도 그런 느낌인 거다.

오고 싶지 않을 만도 하네.

자신의 할머니인 것도 아니고.

107세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아마 고스라도 오십 보 백보인가.

「미치오 님, 이쪽은 카산드라. 제 증증증조모의 막냇동생이세요. 일족의 여성들에겐 어머니와 같은 분이죠.」

공작과의 신경전을 가볍게 넘기고, 카시아가 할머님을 내게 소개한다.

증증증조모의 막냇동생이라는 것도 대단하네.

거의 남이잖아.

나도, 증증증조모에서 갈라진 먼 친척이 일본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만난 적도 신경 쓴 적도 없다.

아니, 아닌가.

증증증조모의 동생이니까, 증증증증조모 대에서 갈라졌다는 뜻이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에서 증기가 날 것 같다.

「여에게 있어선, 증증증증증조모의 손녀가 되지.」

「할머님도 못난 손자 녀석 때문에 한탄하고 있을 게야.」

더 대단한 게 남아 있었다.

그야말로 머리에서 증기가 날 만큼.

아까부터 대체 증이 몇 번이나 나온 걸까.

어쨌든 그만큼 대단하다.

107세쯤 되면 이렇게 되는 걸까.

역시 살아있는 전설.

「미치오 입니다.」

뭐, 이쪽 세계는 아직 대가족이 많을 테고, 특히 귀족이라면 혈통을 중시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가계도 같은 것도 남아있을 것 같다.

「카산드라 할머님, 이쪽은 미치오 님이에요. 얼마 전 세르마 백작을 폐했을 때, 계적가명을 버린 루티나를 맡아준 분이죠.」

「오오. 그대인가. 일족의 딸에게 불행을 가져온 세르마 백작을 폐한 건 영단이었지.」

「여가 내린 결단이다.」

「더 빨리 결정했다면 불행도 적었을 것을,」

「큭.」

공작은 이미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

다만, 세르마 백작을 쓰러뜨리고 루티나를 노예로 만든 것에 분노하는 것 같지는 않다.

「흠, 그대인가.」

말싸움에서 진 공작을 흘끗 보고, 할머님은 날 본다.

주름살 많은 얼굴에서, 눈동자만은 확실하게 날 응시한다.

아까까진 주름인지 눈인지 분간이 안 됐는데.

설마 감정 스킬이 있진 않겠지만, 모든 걸 들여다보이는 것 같다.

「…….」

긴장의 순간.

아니. 순간이라기엔 길다.

길어.

엄청 길어.

「흠. 제법이로구나.」

엇차.

무사히 합격을 받은 모양이다.

합격이다.

합격이겠지.

「옛.」

「그대는 모험자인고?」

「옛.」

「아직 젊은데 대단하구나.」

이젠 아무 거리낄 것 없는 모험자죠.

뭣하면 인텔리전스 카드도 보여드릴 수 있다고요.

근데 일족의 딸을 인간이 노예로 삼은 건데, 괜찮을 걸까.

「엘프는 아닙니다만.」

「흠. 내 남편도 인간이었단다. 난 막내였으니까 말이야. 좋은 건 언니들이 가져가고 내겐 변변한 것도 남지 않았지. 귀족에게 시집갈 수 있었던 건 삼녀까지. 사녀는 기사단 제일의 유망주와 연이 있었지만, 그건 결국 잘 안 됐어. 오녀는 상단의 후계자에게 시집을 갔단다. 가장 큰 상단이라 불리고 한때는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위세가 있었지만, 언니가 다 축냈는지 지금은 가게도 남지 않았어. 세상일은 참 모르는 거야.」

굳이 말하겠다.

연장자의 이야기는 길다.

엄청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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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小説家になろう
원작 : 異世界迷宮で奴隷ハーレムを
번역 : 테미tm테루

증조 다음엔 고조, 고조 다음엔 현조라고 합니다.

그 위는 따로 명칭은 없고 몇 대라고 표현한다네요.

할머님 원문은 おばば様(오바바사마) 인데 조모님이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할머님으로…..

ps. 할머님 말투가 이상하게 느껴지면 이상한 게 맞을 겁니다……orz